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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르포)눈길에서 핸들 돌리니 자동차 후미가 '휙'

교통안전공단 화성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서 체험…빗길제동코스 등 7개 코스, 2개 존으로 구성

2017-03-2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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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손등이 보이게 양 팔을 앞으로 쭉 뻗었다가 접어서 가슴 앞에 대세요. 다리는 발목을 포개서 안쪽으로 당기세요.”
 
승용차 뒷좌석에 앉아 강사의 말대로 자세를 바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속 10km로 서행하던 승용차는 급정차했다.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머리가 앞좌석 목받침에 부딪혔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상태였다.
 
이번에는 안전벨트를 맨 후 같은 자세를 취했다. 시속 20km로 주행하던 차가 급정차했지만 몸은 앞으로 튕기는 듯 하더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서는 잘못된 운전습관으로 벌어질 수 있는 일들, 타이어의 물리적 특성과 노면 상태에 따른 자동차의 움직임 등을 체험형 교육으로 배울 수 있다. 안전벨트 체험도 이런 교육 과정 중 하나다.
 
안전벨트 하나만으로도 교통사고 때 부상 위험을 80% 이상 줄일 수 있지만, 아직까지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하지만 체험을 마친 교육생들은 하나같이 “안전벨트를 꼭 해야겠다”고 말했다. 센터 관계자는 ‘팁’이라며 벨트 아랫줄을 골반에 걸쳤을 때 충격 흡수가 가장 잘 된다고 설명했다. 또 윗줄과 맞닿는 주머니 등에는 볼펜 등 소지품을 넣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간혹 벨트가 소지품을 눌러 신체를 해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체험교육의 성과는 뚜렷하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센터를 다녀간 교육생 5만181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 교육 전 7662건에 달했던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교육 후 3508건으로 반 이상 줄었다. 사망자 수는 77%, 사회적 비용은 68% 각각 감소했다. 센터의 걱정이라면 버스운전기사에 비해 화물운송기사들의 교육 참여율이 낮은 것이다.
 
지난 22일 경기도 화성시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서 교육용 자동차가 빗길제동코스를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화성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는 기초훈련코스, 자유훈련코스, 위험회피코스, 직선제동코스, 빗길제동코스, 곡선주행코스, 일반·고속주행코스 등 7개 코스와 에코드라이빙존, 딜레마존 등 2개 존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체감이 가장 빠른 코스는 곡선주행코스다. 이 코스의 노면은 아스팔트와 아스콘, 대리석으로 돼 있는데 물이 뿌려진 아스콘과 대리석의 마찰은 다져진 눈길과 비슷하다. 이 코스에서는 눈길에서 곡선주행 시 자동차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전륜구동의 경우 눈길에서 핸들을 틀면 자동차의 후미가 관성 때문에 주행 방향으로 틀어진다. 이 상황에서 다시 핸들을 돌려도 노면의 마찰이 작은 상태에선 자동차의 방향을 조작하기 어렵다. 이 코스에서 강사는 자동차가 횡방향으로 미끄러져 밀렸을 때 복원 요령 등을 실제 운전을 통해 알려준다.
 
직선제동코스는 빗길에서 급제동 시 ABS(Anti-lock Brake System) 브레이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체험하는 코스다. ABS가 작동하면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고 있더라도 타이어가 회전과 정지를 반복하게 된다. 타이어의 회전이 멈추면 스티어링 휠도 멈춰 운전자가 자동차의 진행 방향을 조작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브레이크가 타이어를 잡았다 놓는 횟수는 초당 12~15회 정도다. ABS 기능이 켜진 상태로 브레이크를 밟으면 바닥에선 ‘두두두’ 소리가 들린다.
 
체험교육 강사는 “ABS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ABS가 작동하면 일부 운전자들은 바닥에서 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놓아 사고를 키우기도 한다”며 “이 코스에서는 ABS가 작동했을 때 제동거리의 변화를 확인함은 물론, 작동 상황에도 익숙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경기도 화성시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안전벨트 프리텐셔너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정면충돌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 밖에 센터 인근에는 자동차 안전장치의 성능을 실험하는 연구시설도 갖춰져 있다. 센터를 방문했던 지난 22일에는 뒷자석 안전벨트 프리텐셔너(pre-tensioner) 실험이 있었다. 차량을 시속 56km(주행속도 시속 100km 가정 시 충돌속도)로 정면충돌시킨 뒤 프리텐셔너가 각각 장착, 미장착된 자리에 탑승된 더미의 상해치를 측정하는 방식이었다. 안전벨트 프리텐셔너는 평상 시 탑승자를 느슨하게 감싸고 있다가 급제동 혹은 충돌 시 잡아당겨 몸이 차량 밖으로 튕겨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다. 충돌실험이 끝난 자동차는 폐차된다. 더미는 데이터 출력 후 복원을 거쳐 재활용된다.
 
한편 체험교육 과정은 신규 교육생, 재 교육생, 야간 교육생,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본교육 과정(8시간)과 신규 교육생, 재 교육생이 대상인 심화교육 과정(16시간), 경제운전교육 신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제운전교육 과정(8시간)으로 구성돼 있다. 법정 과정과 자격취득 과정은 사업용 자동차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교육 신청에 대한 문의는 유선전화(031-8053-9800)을 통해 가능하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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