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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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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약 장수와 뱀 장수는 가라

2017-03-28 06:00

조회수 :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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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까지 50여일도 채 남지 않았다. 장미 대선이니 벚꽃엔딩 대선이라며 낭만적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탄핵 국면으로 급조된 대통령 선거의 미숙함을 국민들은 고스란히 맛보고 있다. 각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은 ‘묻지마 약속’이 대부분이다. 실제 가능한 약속인지 검증조차하기 어렵다. 장미 대선이라 그런지 장밋빛의 화려한 정책 선언이 대부분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처럼 이번에도 많은 유권자들이 후보들이 내놓는 공허한 약속에 속절없이 속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자주 찾던 장소가 장터였다. 온갖 야채와 과일 등 농산품뿐만 아니라 이름을 알기 힘든 수산물까지 없는 것이 없는 곳이 시골 시장이었다. 한쪽에서는 뻥튀기 아저씨가 옥수수 알을 먹음직한 강냉이로 만들고 있고 다른 편 모퉁이에서는 아주머니가 적당하게 불판에 그을린 호떡을 만들고 있는 풍경이다. 없는 게 없는 장터라 빠지지 않는 장사꾼이 바로 약 장수와 뱀 장수들이다.
 
고질적인 관절염과 만성적인 소화 불량을 달랠 수 있는 즉효약이라고 소개하는 순간 순진무구한 시골 노인네들은 앞 다투어 돈을 내고 약병을 집어 든다. 뱀 장수도 예외 없이 등장한다. 땅꾼들이 잡아온 살아있는 뱀을 뱀 장수가 보여주기만 해도 신기할 따름이다. 정력 보양을 상징하는 뱀은 어른이 주 고객이다. 신기하다고 얼쩡거리는 아이들이 넘쳐나면 그만큼 영업에 문제가 된다. 그래서 곧잘 들었던 말이 ‘애들은 가라’였다. 위생상 문제가 많은 뱀을 허가 없이 판매하는 것이지만 뱀 장수는 은근히 시장의 스타급 관심을 끌었다.
 
아무리 짧은 기간 동안 준비해야 하는 대통령 선거라지만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을 들여다보면 시골 장터의 약 장수와 뱀 장수의 호객 행위를 무색케 한다. 우선 안보 분야를 살펴보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후보자들 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미간 동맹관계와 중국과 통상무역 등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안보 최대 이슈이지만 후보들의 찬성과 반대 의견만 있을 뿐 뚜렷한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무작정 다음 정부로 미루자고 이야기한다. 어떤 후보는 국민의 예민한 반응과 진영 간 갈등을 증폭시킨 사드에 대한 안정적인 대책보다는 밑도 끝도 없이 추가 배치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보수 진영의 한 후보는 대북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책으로 미국의 전술핵을 배치하자는 주장과 현재의 3군 체제를 해병특수전사령부 신설로 4군 체제로 만들자는 공약을 내놓았다.
 
한반도에 전술핵 배치와 군 시스템의 변화는 국민 여론과 함께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이슈다. 사병 월급인상 방안도 제시하고 있지만 재원마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조차 없다.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경제관련 공약은 어떤가. 고작 내놓은 일자리 공약은 공공부문 인력 채용을 대거 늘리겠다는 주장이다. 가뜩이나 정부의 방만한 운영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진 가운데 효율성을 찾을 수 없는 공무원 자리 수 늘리기는 전혀 와 닿지 않는다. 구체적인 전문지식도 없이 4차 산업혁명 관련 규제를 줄이고 정부의 투자를 늘리겠다는 제안은 공허하게 들린다. 왜냐하면 마치 유행을 쫓기라도 하듯 준비 없이 졸속으로 기획된 창조경제 공약에서 우리 국민들이 얻은 건 무엇이고 기업들은 어떤 성장을 맛보았는가. 재벌개혁에 대해서도 불안정한 노사관계와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에서 우리 기업의 성장과 변화에 대한 인식 없이 마구잡이식 공약 제시는 심각한 사회 갈등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교육과 복지정책과 관련한 공약을 들여다보면 백년대계는 고사하고 시행 첫해부터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주장이 수두룩하다. 복지 공약은 포퓰리즘의 백화점식 나열에 가깝다. 대학 신입생들에게 사회적 상속을 통해 지원금을 주고 민간 육아휴직을 3년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귀에 솔깃한 공약들이고 실천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나라 살림살이를 생각한다면 약속한 공약 중 실천 가능한 정책이 과연 얼마나 될까.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수많은 약속을 내놓았고 오바마케어를 폐지할거라 호언장담했지만 오바마 케어를 대체할 ‘트럼프 케어’부터 의회의 냉담한 반응에 부딪히고 있다. 적어도 국가 최고지도자가 될 사람이라면 밑도 끝도 없이 만병통치약으로 정력회복제로 속여 파는 약 장수나 뱀 장수와는 달라야 한다. 만약 이런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후보라면 이 말만큼은 꼭 해주고 싶다. 약 장수와 뱀 장수는 가라.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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