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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시론)달라진 중국공산당 학생당원 선발 기준

2017-03-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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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의 미래를 전망하는데 있어서 충원 대상과 경로로서 학생 당원들이 주목받고 있다. 대학생 당원들은 당의 신생 역량일 뿐만 아니라 당 건설의 중추 역량으로 성장하는 진원지라는 점에서 내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중국에서 국가와 사회 자원을 배타적으로 배분하는 압도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당이 정체되지 않고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람으로 당 구성원이 계속 채워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당원 공급지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학교이며 학생 당원들이다. 한편 학생 당원들은 당원이 됨으로써 당이 운용할 수 있는 국가와 사회 자원의 수혜자가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 결과 개인적으로 당원이 되고자 하는 학생들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따라서 학생 개인으로서도 중국사회의 주류 세력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당원이 되는 것이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공산당 조직부가 발표한 2015년 12월말 현재 중국공산당 당원 총수는 8875만 8000명이다. 기층 조직은 441.3만개이고 이 가운데 기층 당위원회 21.3만개, 총지부위원회 27.6만개, 지부위원회 392.4만개이다.
 
전국 범위에서 당 조직이 촘촘하게 조직되어 있고,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전체 중국공산당 당원 가운데 전문대학 이상의 학력을 가진 당원이 전체 당원의 44.3%인 3932.4만 명이다. 반수 가까이가 이미 고학력 당원들이며 이러한 추세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전체 당원 가운데 학생 당원은 203.4만 명이다. 2015년 1년 동안 당원이 196.5만 명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학생 당원 증가가 71.8만 명을 차지했다. 신규 증가 당원 가운데 학생 당원 증가가 매우 현저하다. 2016년 6월말 현재 전국 대학 대학생 당원 총수는 211만 명으로 6개월 사이에 9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한 달에 1만5000여 명의 학생 당원이 계속 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한다. 당원 총수 또한 전국 대학생 총수의 7.7%를 차지할 정도이다. 이는 중국공산당의 당원 구성에서 학생 당원이 구조 변화를 이끄는 핵심 요인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중국 교육부 당조(黨組)가 최근 산하 대학에 대학생 당원 선발 기준에 대한 변화된 지침을 내려 보냈다. <대학생 당건설 업무 표준(普通高等學校學生黨建工作標准)> 문건에 따르면, 각 대학교 당위원회가 해당 학교 학생들에 대한 당 건설 업무에 대해서 주체적인 책임을 진다고 명확히 했다.
 
또한 해당 학교 당위원회 서기가 첫 번째 책임자이며 해당 학교 당위원회에서 학생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기가 직접적인 책임자이고 기타 당위원회 구성원들이 ‘한 자리 두 가지 책임(一崗雙責)’ 요구에 따라 부문과 관련 단과대학과 학과 학생의 당 건설 업무에 대한 주요 지도 책임을 진다고 분명히 했다. 이 밖에 조직영도, 조직배양, 당원 발전, 당원 관리, 역할, 조건 등 6개 방면의 대학 당위원회 거버넌스 관련한 세밀한 기준을 제시했다.
 
<업무 표준>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핵심적인 내용 가운데 하나는 바로 당원을 선발하는데 있어서 성적이 당원 발전의 유일한 기준일 수 없다는 내용이다. 물론 기존 당원 선발이나 발전에 있어서도 성적이 유일 표준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당원이 되는 비율이 높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적 기준이 당원 선발과 발전 기준의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된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업무 표준>은 성적 이외에 다양한 교육활동, 사상정치학습 등도 성적 못지않게 당원 발전의 기준으로 고려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기층 간부 평가에 있어서 군중노선에 입각한 사회적 평가를 주요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당의 방침과 흐름에 부합되게, 학생 당원의 평가 기준의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러 요소 가운데 성적이 유일 기준이 아님을 분명히 한 점은 바로 이러한 평가 기준의 다원화 추세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학교 사회에 만연해 있는 지역과 민족, 성별 간 갈등을 방지하는 이른바 ‘폐쇄주의(關門主義)’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성적을 당원 발전의 유일 기준으로 설정한 경우 성적 이외의 요소를 배제되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성적 이외의 요소를 평가 기준으로 원용할 경우 성적을 둘러싼 지나친 경쟁이나 폐쇄적 학교 문화를 어느 정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대학은 현재 사실상 성적 지상주의가 만연해 있고, 모든 평가의 기준에서 성적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대학생활에서 사상과 정치, 능력, 도덕과 품성 등 성적 이외의 요소들 또한 학생 생활에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단위 학교에서 실제적인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학교 당위원회와 학생 당원들이 오직 성적으로만 평가의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그 기본 전제부터가 잘못된 접근이다. 이번 당원 발전의 기준으로 성적을 유일 기준으로 삼지 않겠다는 것은 이러한 대학사회의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또 다른 형태의 중국공산당의 적응력의 실험일 수 있다.
 
또한 대학 내 사회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적인 차별이 엄연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좋은 성적을 얻는데도 구조적인 제약이 엄연히 존재한다. 농촌 출신이나 저소득층, 빈곤층 출신 학생들은 알바 등에 종사하느라 공부에 투자할 물리적인 절대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가정환경이 좋은 학생들이 성적도 좋아지는 구조이다. 따라서 사회를 선도한다는 중국공산당이 다원화된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유일 기준을 관철 시킬 경우 당의 신뢰성과 정당성에 훼손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공산당이 학생 당원 발전에서 성적이 유일 기준이 아니라고 한 것은 다원화된 대학의 사회환경을 반영한 진일보한 조치임이 분명하다.

양갑용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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