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이보라

bora11@etomato.com

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현장에서)정수기시장에 군침 흘리는 대기업

2017-03-29 08:00

조회수 : 3,807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대기업이 정수기 영역까지 들어와야 하나요. 여태 우리가 만들고 개척해놓은 영역인데 빈틈을 노리고 진입하는 것은 정말 속상한 일입니다" 정수기를 만드는 전문 기업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이 계열사를 통해 정수기 시장에 드라이브를 걸자 이에 대한 반발을 담은 불만을 쏟아낸 것이다. 현재 정수기를 만드는,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전문기업들의 전반적 분위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재계 순위 3위 기업인 SK는 최근 인수한 SK매직을 앞세워 정수기 렌탈사업을 강화면서 SK네트웍스의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거대 계열사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통해 사물인터넷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한 제품을 내놓을 수도 있게 된 셈이다. LG전자 역시 2009년에 이어 다시 정수기 시장에 공격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다. 지난 27일에는 새로운 렌탈 서비스 시스템까지 발표했다. 현재 정수기, 공기청정기, 안마의자에 이어 또 다른 품목을 추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수기 렌탈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대기업 계열사들은 "물과 공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이를 반영한 것"이라며 "시장 상황에 맞춰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당당히 밝힌다. 시장의 니즈가 있다면 어느 영역이든 진출 가능하다는 자신감이다.
 
전문 업체들은 "대기업 제품과 자신들의 주력품이 달라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다"며 공식적으로 답한다. 하지만 사실 약자의 표정관리일 뿐이다.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자본력과 브랜드, 각종 인프라를 동원한 대기업의 마케팅에 시장을 뺏길 것을 예감하고 있다.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를 인정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할 뿐이다. 
 
스스로 자책도 하고 있다. 지난해 정수기 품질 문제가 불거지자 소비자들이 새롭게 '믿을만한' 제품을 찾아 헤매 수 있는 빈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책과 반성에 대한 결과치고는 손실이 너무 크다.
 
대기업들이 정수기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로 재단할 수는 없다. 대기업에 걸맞는 사업을 영위해주길 바라는 것은 지나치게 순수한 바람일지 모른다. 하지만 중견기업이 일궈놓은 시장에 손쉽게 숟가락 얹는 행태는 상도의에 어긋난 것이 아닐까 싶다. 중견 중소기업이 뛰어들지 못하는 영역에 기술을 투자하고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춘 곳이 바로 대기업이다. 시장 침탈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국내서 떳떳치 못한 대기업의 이름을 유지할 것인지, 신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세계 속의 기업이 될지 여부는 그들의 손에 달려 있다.
 
미세먼지로 인해 위생마스크 판매가 늘고 있다는데 대기업 표 위생마스크가 출시 되는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 이보라

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