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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어지러운 국회에도 봄은 온다

2017-03-2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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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경내 헌정회 건물 앞 공터에 조성된 국회생생텃밭. 여·야 협력과 도농상생, 국민과의 소통 차원에서 각 의원들이 직접 텃밭을 일구고 각종 식물을 키워보자는 취지로 지난해 6월30일 만들어진 곳이다.

지난해 가을, 우연히 근처를 지나다가 텃밭에 붙어있는 각 의원실 팻말을 보고 속된 말로 ‘빵 터졌던’ 기억이 난다. 각 의원실 별로 재밌게 간판을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회의장 텃밭은 ‘세균전(田)’,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 텃밭은 ‘밭경미’ 같은 식이었다. 밭을 둘러보며 동료 기자와 한바탕 웃을 수 있었다.

얼마 전, 텃밭이 잘 있는지 궁금하던 차에 산책 겸 해서 찾아가봤다(텃밭이 있는 장소는 국회 내에서 제일 구석진 곳이라,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보기 힘들다). 아니나다를까, 당시 텃밭 내에 빼곡했던 각 의원실 팻말과 각종 작물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겨울이 지나고 다가오는 봄을 맞아 새로운 작물을 심을 준비를 하려는 듯 트랙터가 밭을 갈아엎어놓은 흔적이 선명했다. 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제공한 의성씨마늘을 심어 조성한 마늘밭만 한 켠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번 겨울은 특히나 추웠다. 예년에 비해 기온이 낮았다기보다는 어수선한 정국으로 인해 우리 마음 속 구석구석에 한기가 스며들었던 이유가 컸으리라. 그러나 그 와중에 봄은 우리 주위에 성큼 찾아왔다.

다가오는 봄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마음으로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가을까지 각종 작물들이 지키고 있던 자리에 밭갈이를 하며 새로운 ‘주인’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국회 텃밭과 같이.

정비가 끝나면 각 의원실에 텃밭이 분양되고, 의원실 명의의 재기발랄한 팻말이 다시 설치되고, 각종 작물이 심겨질 것이다. 각 의원실 식구들이 거름도 주고, 김도 매는 와중에 싹이 나고 작물들이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다. 그렇게 생동하는 봄을, 이전과는 다른 봄을 나는 이곳 국회에서도 텃밭을 통해 느끼고 싶다.

나아가 국회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과, 각 당 지도부 회의실과, 의원회관에서도.
 
사진/뉴스토마토
 
최한영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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