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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고은

'빚 내서 집 사느라 곳간 비었다'…작년 가계 여유자금 급감

4년 만에 여윳돈 최소 기록…금융부채 증가율 높아져

2017-03-2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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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지난해 가계가 주택구입을 늘리면서 여유자금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016년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이하 가계)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2015년 94조2000억원에서 70조5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비영리단체에는 자선·구호단체, 종교단체, 노동조합 등이 포함된다.
 
순자금운용액은 가계가 저축성 예금, 보험, 채권 등으로 운용한 돈(자금운용)에서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한 돈(자금조달)을 뺀 금액이다. 쉽게 가계의 여유자금을 의미하며 플러스(+)면 금융자산이, 마이너스(-)면 금융부채가 순증했다는 뜻이다.
 
가계의 여유자금 규모는 2012년(69조5250억원) 이후 4년 만에 최소를 기록했다. 
 
지난해 가계의 여유자금 급감은 저금리 기조에 맞물린 주택 구입 목적 차입 확대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가계가 조달한 자금은 143조원으로 예금취급기관으로부터의 장기차입금(98조6000억원) 등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지난 2월 발표된 한은의 '2016년 4분기 가계신용'을 보면 지난해 가계가 예금은행, 상호금융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주택금융공사 등으로부터 받은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총 75조원3000억원에 달했다.
 
한은 국민계정 통계에 나타난 지난해 주거용 건물 투자액은 91조8000억원으로 2015년에 비해 17조1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가계의 순저축 증가액 역시 2015년 16조7000억원에 비해 대폭 감소한 2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에서 신규주택 구입을 늘리면서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조달이 늘어나고, 실물자산 구입으로 자금운용액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채권, 지분증권 등 유가증권에 대한 처분이 늘어나면서 가계가 운용한 자금은 2015년 223조원에 비해 줄어든 213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채권의 경우 지난해 초 홍콩H지수와 연계된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중심으로 3조1500억원이 처분됐다. 투자펀드 지분도 2조6050억원 처분하는 등 가계의 증권·펀드투자 규모가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가계의 금융자산과 금융부채는 각각 207조4000억원, 142조7000억원 증가하면서 3389조2000억원, 1565조8000억원의 잔액을 나타냈다.
 
가계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은 2.16배로 2015년 2.24배에서 하락했다. 이는 금융부채 증가율(약 10%)이 금융자산 증가율(약 6.5%)을 상회했기 때문이다.
 
'금융자산/금융부채' 배율은 가계의 안정성 지표로 활용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 등 실물자산선호 경향이 뚜렷해 실제 활용도는 다소 낮다는 지적이다.
 
비금융법인(기업)의 자금조달, 자금운용 규모는 각각 81조6000억원, 80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1조원)는 2015년 11조5000억원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공기업 경영평가 영향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전력 등의 부채감축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정부 순자금운용규모는 지난해 세수 호조로 2015년 20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34조원으로 확대됐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의 자금운용 주체는 주로 연기금, 그중에서도 국민연금으로 자금이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운용규모 역시 일정하게 늘어나게 돼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말 총금융자산은 2015년에 비해 843조원 증가한 1경5439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경제부문별 순자금조달·운용 규모. 자료/한국은행 '2016년 자금순환(잠정)'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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