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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곤

(물고기 이야기)못생겨도 맛은 명품 '황아귀'

2017-03-31 06:00

조회수 : 7,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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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택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해양수산연구관
바닷물고기 중에서 말을 할 줄 안다면, 아마도 제일 먼저 자신의 이름을 개명 해달라고 할 물고기는 아귀일 것이다.
 
몸과 머리가 납작하고 몸 전체의 2/3가 머리며 입이 매우 크고 강한 이빨이 3중으로 나 있다. 큰 입과 흉한 외모 때문에 마구잡이로 잡아먹는 식성을 연상케 하는 이름으로 지어졌지만, 요즘은 경남 창원시 오동동 아귀찜과 인천 용천동 아귀탕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먹거리로 인기가 높아졌으니, 이제 이름에 따른 굴욕을 벗어던지고 싶을 것이다. 물론 한때 어부에게 아귀는 재수 없는 물고기로 잡히자 말자, 다시 바다에 던져지고 그때 나는 소리를 본 따 ‘물텀벙이’라는 방언도 가지게 되었다.
 
아귀류는 세계적으로 약 200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뼈가 연골처럼 보이나 경골어류에 속하고, 등지느러미 가시가 변형되어 가는 실모양의 낚시로 다른 물고기를 꼬여서 잡아먹는다. 자산어보에서는 아귀의 생김새와 습성을 가지고 낚시하는 고기라는 뜻으로 조사어(釣絲魚) 또는 아구어(餓口魚)라고 하였고, 한자로 안강어(鮟鱇魚)라 쓰고 있다. 서해에는 조류가 강해 물살이 센 해역에서 아귀처럼 입을 크게 벌려 떠밀려 들어오는 물고기를 잡는 어구를 안강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식용으로 이용되는 아귀류는 ‘아귀’와 ‘황아귀’ 두 종류가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 연안에서 어획되는 아구로 불리는 종은 거의 90% 이상이 '황아귀'이다. '아귀'는 황아귀에 비해 크기가 작고 최근에는 보기 드물며, 시중에 유통 될 때는 2종을 구분하지 않고 아귀로 취급하고 있다.
 
황아귀는 최대크기 약 1.5m까지 자라는 대형 종으로 우리나라 동해 남부·서·남해, 일본 북해도 이남해역, 동중국해, 발해만에 서식한다. 10~12월경에는 발해만과 황해 연안 등지에서 남쪽으로 이동하여 겨울철에는 제주도 서방해역에서 월동하고 수온이 올라가면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동해남부 해역에서 연중 어획되고 있어 수심 50m 내외의 연안에 연중 분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아귀는 주로 12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 주로 어획되고 이때 부산과 전남에서 어획량은 전체 어획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1970년대에는 연간 3000∼4000톤, 1980년대 7000∼8000톤이었으나 1990년대에는 3000톤 내외까지 감소한 후 2003년 이후 연간 어획량이 1만톤 이상으로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국내에서 식용으로 사용되는 황아귀.
 
아귀는 지방이 적고 콜라겐이 많아 여성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 되었고, 아귀 간은 세계 3대 진미식품인 프랑스의 푸아그라(집오리 간 요리)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영양가가 높고 비타민 A가 풍부해 어린이 발육과 눈의 건강, 피부미용, 북어를 능가하는 해독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1960년대 경남 마산(현재 창원시)에서 팔다 남은 아귀를 말리고 있었는데, 생선국을 먹으러 온 손님에게 사다놓은 콩나물에 꾸득하게 말린 아귀를 넣고 고춧가루와 파, 마늘로 버무려 된장으로 간을 해 쪄냈는데 그것이 바로 50여 년이 지난 지금, 전국적으로 유명한 별미 음식인 ‘마산 아구찜’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한국전쟁 후 인천항에는 서해의 다양한 수산물이 한데 모이고, 그에 따른 노동자들도 많았다. 당시 싼 생선인 생아귀를 이용해 얼큰한 탕을 끓여 안주나 반찬으로 저렴하게 먹기에 더없이 좋았다고 한다. 그 이후 인천의 용현동에서는 ‘물텀벙이 거리’까지 조성되었다.
 
비록 생김새는 못생겨도, 전국에 2군데나 유명한 명품음식거리가 생길 정도면 성공한 물고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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