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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때리기'로 재미 본 안철수, 정책·비전은 실종

반문 정서 자극해 반사이익 챙기기…문병호 "반문 아닌 비전연대 나서야"

2017-03-3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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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문재인 민주당 후보 때리기로 지지율 상승 효과를 보고 있지만, 정작 대권 후보로서의 정책과 비전은 실종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 후보는 자신이 문 후보를 꺾을 적임자임을 내세우며 반문(문재인) 정서를 결집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최근 문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정책·비전 알리기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만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고 대권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혹독한 평가도 있다.
 
안 후보는 지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선 합동연설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이제와 호남에 대한 인사차별, 예산차별을 인정했다. 지난 총선 때 표를 얻기 위해 했던 정계은퇴 약속은 안 지켰다”며 “선거 때만 호남의 지지를 얻으려는 사람을 뽑으면 안 된다. 한 번 속으면 실수지만 두 번 속으면 바보”라고 했다. 그는 압승으로 경선이 끝난 이후에도 “오늘 저의 승리는 문재인을 꺾고 국민의당 중심의 정권교체를 하라는 요구”라고 승리 소감에서조차 문재인 때리기에 열을 올렸다.
 
이런 기조는 26일 전북 경선에서도 이어졌다. 28일 부산·울산·경남, 30일 대구·경북·강원 경선에서는 비판 강도가 다소 옅어지기는 했지만 "문재인을 이길 도전자, 누구인가", "문재인을 이길 개혁가, 누구인가", "문재인을 이길 혁신가, 누구인가"라는 말을 반복하며 문 후보와 차별화를 꾀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29일 안동 방문에서는 최근 문재인 캠프 총괄본부장인 송영길 의원이 안 후보의 호남 경선 압승을 두고 ‘보조 타이어 격으로 지지해준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본인들이 폐타이어라고 자백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질타했다.
 
이 같은 비판 공세는 ‘문재인 대 안철수’ 구도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국민의당 중심의 집권전략인 ‘자강론’을 피력하고 있는 안 후보 입장에서는 유권자들의 자발적인 연대 또는 단일화 참여가 필요한 상황이다. 안 후보는 문 후보와 대립각을 세워 지지율 격차를 좁힌 뒤, 자신이 반문(문재인) 진영의 대표주자로 나서며 반문 지지층의 자발적인 연대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안 후보가 경선에서 문 후보에 대한 비판에 치우친 나머지 자신의 정책과 비전 제시가 사실상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후보는 경선 전만 해도 ‘5-2-2 학제개편’과 ‘청년 일자리 공약’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대선 공약을 발표하며 ‘미래 대비 지도자’ 이미지에 부합하는 정책 행보에 열중해왔다. 그러나 경선이 시작되자, 문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다. ‘자강론’을 주장하며 자당 중심의 집권을 강조했지만 정작 후보 자신은 반문 정서를 자극함으로써 반사이익에 기대는 느낌을 주고 있다.
 
효과는 있었다. MBN·매일경제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27~29일 조사해 30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문 후보는 35.2%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고, 안 후보는 4.8%포인트 오른 17.4%로 2위 자리에 올랐다. 민주당 안희정 후보는 전주대비 5.1%포인트 떨어지며 12%로 3위로 밀려났다. 민주당 호남 경선에 이어 충청에서까지 문 후보가 승리하며 ‘대세론’이 굳어지자, 안희정 후보로부터 이탈한 지지층을 안철수 후보가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 홈페이지 참고)
 
당초 안철수 캠프는 민주당 경선에서 안희정 후보의 패배를 예상하고, 이 경우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식의 전략을 계획했다. 후보 자신의 능동적인 노력보다는 다른 후보의 낙마를 통해 반사이익에 기대는 수동적 전략으로 나선 것이다.
 
안 후보의 이 같은 전략은 후보 자신의 고정 지지층이 약한 데 따른 고육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지율 상승을 이끈 지지층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안희정 후보에 이어 안철수 후보를 선택한 만큼, 견고한 지지기반이 아닐 뿐더러 한계도 명확하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반문 정서를 자극하는 행보만으로는 문 후보의 지지율을 넘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후보에 대한 공세보다는 안 후보가 미래 비전을 가진 리더로 인식되어야만 표의 결집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안 후보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문병호 최고위원은 30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문(문재인)연대, 반문연대는 안 된다. '문재인이냐, 아니냐' 싸움은 문재인의 승리가 될 것”이라며 “가치와 비전 연대를 해야 한다. 안 후보만의 확실한 비전을 보여줄 수 있어야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대선후보 선출 완전국민경선 대구·경북·강원 권역 합동연설회에서 안철수 후보가 정견발표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구=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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