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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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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한국당 대선 후보의 죽은 유머?

2017-04-01 08:50

조회수 :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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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질문만 한다" "내가 전에 다 이야기했다. 그거 다시 찾아봐라"


한마디로 무례했다. 듣는 이는 어이가 없었다. 카폐에서 커피 마시면서 했던 대화가 아니다. 한때는 나라를 이끌었던 집권당의 대선 후보가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31일 한국당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후보 확정 전당대회 직후 홍 후보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제는 한 정당의 정식 대선 후보가 된 만큼 기자들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기자들은 홍 후보가 진정 한 나라를 이끌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알아야 했다.


그런데 홍 후보는 불편한 질문에는 "꼭 못된 질문만 한다." "그건 거기 매체에서 바라는 것이겠지" 등 질문한 기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답변으로 응수했다. 다른 당과의 연대 문제를 거론하자 "왜 그 이야기만 하느냐"라고 불쾌해하기도 했다. 예전에 나왔던 질문이 다시 나오면 "내가 다 이야기했다"며 질문을 잘랐다.


문제는 이런 답변을 하면서 홍 후보가 대부분 웃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 본인은 저게 유머와 위트라고 생각하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무례와 위트를 구분하지 못하는 한 정당의 대선 후보라니... 


학창시절 유머있는 친구가 한명 있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재미있다고 소문이 났던 친구다. 나도 처음에는 그 친구와 자주 어울려 놀았다. 그런데 집에 오면 꼭 기분이 좋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 친구는 상대방의 약점을 희화화해서 재미있는 상황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그 친구의 말투와 당시 상황 때문에 같이 웃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씁쓸함이 남았다. 나는 그 친구의 유머를 죽은 유머라고 규정했다.


유머와 위트는 상대방도 공감할 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사람들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준다. 혼자만 재미있고 상대방은 기분이 나쁘다면 그 유머는 죽은 유머다. 홍 후보는 재미있어서 웃고 있었겠지만 자리에 앉아 있던 기자들은 뭐 씹은 표정이었다. 마이크를 들고 이러저리 뛰어다니던 공보실 관계자들의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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