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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리뷰)"결제해줘" 한마디면 주문 '끝'…SK텔레콤 AI 스피커 '누구'

구매 필요성은 '아직'…AI 구현 갈 길 멀다

2017-04-09 14:01

조회수 : 7,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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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아리아, 11번가 추천상품 알려줘."
"즉석밥이 있습니다. 최저가로 주문하려면 결제해줘라고 말씀하세요."
"결제해줘."
"주문이 완료됐습니다."
 
온라인 쇼핑 주문까지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스마트폰이나 PC로 웹사이트 접속 필요 없이 음성명령으로 주문이 끝났다. SK텔레콤(017670)의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다. 특히 최근 쇼핑 기능이 더해지면서 편의성은 배가됐다. 오픈마켓 11번가에서 매일 갱신되는 그날의 추천상품 5가지와 매주 달라지는 금주의 추천도서 5권을 음성 명령으로 구매할 수 있다.
 
SK텔레콤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는 조명으로 명령어를 인식했다는 점을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사진/박현준 기자
'누구' 애플리케이션의 11번가 추천 상품(왼쪽)과 금주의 추천도서 목록 캡처. 사진/박현준 기자
 
누구에서 결제완료 확인 화면(왼쪽)과 결제 확인 문자. 사진/박현준 기자
 
추천상품은 즉석밥·생수·참치캔·화장지 등 생필품 위주로 구성됐다. 누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자신의 아이디로 11번가 로그인을 하고, 배송지와 결제카드를 미리 등록해놔야 한다. 단 두 마디로 주문까지 완료되는 점은 편리했지만, 5가지 추천상품 중 2가지만 누구가 알려주고 나머지 3가지는 앱을 통해 확인하고 주문해야 했다. 결제 취소 또한 음성으로 불가능해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결제 취소를 지시했더니 "취소는 11번가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제한적인 물품도 아쉽다. 4년차 주부인 아내는 "생필품은 필요할 때 바로 주문할 수 있어야 하는데 추천상품 종류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누구는 SK텔레콤의 인터넷(IP)TV 'Btv'와 연동된다. 누구 앱의 Btv 메뉴와 가정의 Btv를 연결한 뒤 "5번 틀어줘", "tvN 틀어줘" 등의 명령을 내리자 부담 없이 소화해냈다. 채널을 변경하다가 "아까 그 채널"이나 "전 채널"이라는 명령어도 인식해 이전 채널로 변경된다. "야구 틀어줘", "액션 영화 보고 싶어" 등 명확한 채널명이나 채널번호를 밝히지 않은 명령어에 대해서는 '야구'나 '액션'의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검색 결과에서 원하는 채널이나 콘텐츠를 고르면 된다.
 
불편함도 있었다. 특히 명령어에 반드시 'Btv'가 포함돼야 한다는 점은 개선해야 될 사안이었다. 누구를 부른 뒤 "5번 틀어줘"라고 말하면 인식하지 못한다. Btv를 붙여 "Btv 5번 틀어줘"라고 말해야 한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직장인 조모(36)씨는 "리모컨을 찾지 못해 헤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누구가 있다면 편리할 것 같다"면서도 "명령어가 좀 더 간편하게 바뀌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Btv의 누구 설정 안내 화면(위)과 '야구 틀어줘'라는 명령어의 결과 화면. 사진/박현준 기자
 
누구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스피커다. 음악을 듣고 싶을 때 "음악 틀어줘", "신나는 노래 틀어줘"라고 한마디만 하면 된다. 대신, 음원 서비스 '멜론'에 가입하고 로그인을 해야 제대로 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로그인 없이 음악을 요구하면 미리듣기 1분만 가능하다. 직장인 황모(31)씨는 "네이버뮤직 등 다른 음원 서비스는 아직 사용이 불가능하다"며 "멜론만으로 제한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음질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럽다. 최근 쏟아지고 있는 저렴한 블루투스 스피커보다 음질이 우수했다. SK텔레콤은 사운드 품질을 높이기 위해 자회사인 아이리버와 협력했다. 
 
자체 배터리를 갖추지 않아 전원 플러그를 콘센트에 연결해야 하는 점도 효용성을 떨어뜨렸다. 누구를 거실에서 사용하다가 방으로 가져가려면 플러그를 뽑았다가 방의 콘센트에 다시 꽂아야 한다. 물론 재부팅까지 시간이 소요된다. 이밖에 그날의 주요 뉴스와 운세, 라디오, 전날 야구경기 결과 등을 음성으로 알려준다.
 
지난해 9월 출시된 누구는 7개월 만에 7만대가 팔렸다. 기능을 지속 업데이트하며 사용자 층을 늘려가고 있다. 누구를 경험한 사용자들에게 구매 의사를 물었다. 대부분 "굳이 그 돈(14만9000원)을 주고 살 필요는 못 느낀다"고 답했다. 아직은 음성인식 서비스가 없어도 큰 불편함이 없다는 의미다. 이는 SK텔레콤을 비롯해 AI 시장에 뛰어든 모든 기업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다만 블루투스 스피커 구매 의사가 있고 책정한 예산이 누구의 가격과 비슷하다면 살 수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누구는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동돼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단순 스피커 기능도 갖췄다.
 
SK텔레콤은 AI 기능을 내세웠지만, 그보다는 그보다는 필요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에서 찾아 음성으로 알려준다는 느낌이 강했다. 내게 맞는 서비스를 알려주고 나와 대화가 가능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SK텔레콤은 AI 엔진의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연내 SK㈜ C&C 사업의 AI 엔진 '에이브릴'를 접목, 영어 대화도 가능케 할 계획이다. 자녀 교육용 수요를 겨냥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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