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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향

영화 ‘분노’ 리뷰 - 믿었기 때문에 용서할 수 없었다

2017-04-10 14:24

조회수 : 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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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믿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마음속에서 측정되는 이 사람은 정말 믿을만한 사람인가라는 수치가 안정선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시간이 흐르고 서로를 충분히 경험한 후 신뢰가 쌓였을 땐 어떤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그 관계는 쉽게 깨어지지 않는다. 간혹 이런 경우도 있다. 그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와 눈빛만으로도 믿고 마음을 열게 되는 것이다.


영화 분노는 한 부부가 살해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용의자는 세 명이다. 어느 날 갑자기 치바의 항구에 나타난 타시로, 오키나와의 무인도에 잠시 정착한 타나카, 도쿄의 나오토. 이 세 사람은 낯선 곳에서 타인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게 된다. 타인은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믿음을 주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믿음이 빨랐던 만큼 의심 역시 쉽게 자라났다. 타시로와 나오토를 사랑하던 연인들은 하나의 계기로 점점 상대를 불신하게 되고 그들이 살인사건의 용의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결국 관계를 놓아버린다. 타나카는 달랐다. 그와 우정을 쌓은 오키나와 아이들에게 언제나 네 편이라는 말로 관계를 단단하게 만들어 갔다.


분노라는 감정은 낯선 이에게 믿음을 주었던 타인의 몫이었다. 살인사건의 진범이 밝혀지면서 자신이 가졌던 의심과 불신이라는 감정에 대한 분노가 눈물과 후회로 표출된다. 타나카를 믿고 의지했던 아이는 분노에 치달아 그를 죽이게 된다. “믿었기 때문에 용서할 수 없었다는 말을 반복하며.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의심과 불신, 분노라는 감정으로부터 강해지는 방법은 없는 걸까? 영화를 보고나면 이러한 의문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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