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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향

이번 주 이 전시회 어때? - <덕후 프로젝트 : 몰입하다>

2017-04-17 15:14

조회수 : 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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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 발로 차지 마라

너는 한 번이라도 뜨겁게 덕질해 본 적 있느냐’  - 잡지 The Kooh 1


있다. 때는 바야흐로 1999, 이 시대 최고의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가 출간되면서부터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나는 신간이 나올 때마다 엄마 손을 이끌고 조그마한 서점 코너가 있는 동네 마트에 갔다. 책장 한 줄이 해리포터 책으로만 채워졌으면 하는 마음에 <퀴디치의 역사>, <머글 마법 백과사전> 등 호그와트 도서관에나 있을법한 책들을 사기도 했다. 양심상 이런 책들까지 사달라고는 못하겠어서 용돈을 모아 동생 생일 선물로 구입해줬다. (동생도 해리포터를 좋아하긴 하지만 왠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마지막 시리즈가 되면서 나의 덕질도 강제종료 됐다. 남은 덕질거리라고는 영국의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찾아가보는 것인데 영국 갈 돈이 넉넉히 마련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아무튼 해리포터 덕질을 하면서 느꼈던 열정을 소비하고 몰입하는 재미를 다시 느끼고자 다른 타깃을 찾아보고 있으나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이번 덕후 프로젝트 전시회를 찾은 이유는 다른 사람들의 덕질 대상이 궁금하기도 했고 덕질하는 작가들의 무한한 에너지를 받기 위해서였다.


인상 깊었던 몇 가지 작품 몇 가지를 보자.




신창용 작가의 덕화. 어린 시절 겁이 많았던 작가는 영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을 보며 두려움을 이겨냈다고 한다. 좋아하는 영웅 중 한 명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킬빌>의 주인공이다. 영화를 반복해서 보고 영화 속 장면을 팝아트 형식으로 그린 그림들이 덕화.


   


진기종 작가는 낚시 덕후다. 플라잉 낚시가 취미인 그는 직접 도구들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물고기를 잡는 행위뿐만 아니라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면서 자신이 작품 활동을 하는 데 자신감을 얻고 큰 힘이 됐다고 한다.


 


김이박 작가의 이사하는 정원 프로젝트는 식물도 덕질의 훌륭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천원~이천원 하는 화분 하나 가볍게 사고 몇 달 안가 시들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게 보통의 인식이지만 김이박 작가는 최선을 다해 살려내고야 만다.


  


그 외에도 만화 속 요리를 재현해보거나 다양한 생수 상품들의 맛 차이를 밝혀내는 생수물리에의 연구 결과까지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덕질의 결과물들이 있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자기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행동의 즐거움을 맛보고 싶다면 어서 덕질을 시작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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