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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만 난무? 재계, 산업육성 공약은 외면

2017-04-1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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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대선을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이 싸늘하다. 문재인·안철수·유승민 등 유력 대선주자들이 저마다 재벌개혁을 주창하며 반기업 정서를 자극한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기업 죽이기"라는 노골적 불만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재계가 총수 일가의 경영권 등 지배구조에만 몰두하면서, 알짜배기 산업 공약은 외면하는 외눈박이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은 이달 초부터 각 대선주자 측과 회동하면서 향후 경제정책 방향에 집중하고 있다. 정권교체가 확실시됨에 따라 재계에 불리한 경제민주화 기조가 대통령 임기 초부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우려가 강하다. 양강으로 평가되는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경제인 사면금지, 법인세 인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지주회사 규제 강화, 지배구조 개선 등 재계가 그간 반대해온 경제정책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유승민 후보도 법인세 인상 등 재벌개혁에 동의하고 있다.
 
지난 6일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은 문재인 후보 측을 만난 자리에서 "포지티브를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고 사전규제를 사후규제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며 대선주자들의 규제 일변도를 에둘러 반대했다. 이동응 경총 전무도 "4차 산업혁명을 위해 노동시장 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면서 재계가 요구한 노동개혁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 주장은 기본적으로 재벌의 이해 대변에 집중될 뿐, 4차 산업혁명 대비와 신성장 동력 확보 등은 투자와 고용 활성화를 잇는 명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한상의는 지난달 "17만 상공인들의 뜻"이라며 '19대 대선후보께 드리는 경제제언'을 발표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외국계 투기자본의 영향력만 강화할 수 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자본 다수결에 위배되고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해, 경영권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자투표제 의무화, 자사주 처분 제한, 다중 대표소송제, 특정 사외이사 선임 등도 비슷한 명분으로 반대했다.
 
이러다 보니 정작 대선주자들이 산업계 의견을 반영해 펴낸 산업 육성 정책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10대 핵심 투자분야'를 공약하며 헬스케어를 포함시켰다. 헬스케어는 박근혜정부 내내 대·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차세대 산업으로 꼽고 정부 지원을 요구했던 분야다. 안철수 후보 역시 '창업정책 5대 중점과제'에서 '신산업에 대한 규제 합리화', '투자 중심의 재정 지원' 등 업계가 원하는 규제완화와 정부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문 후보는 유류세 등 에너지세제 개편도 꺼냈지만 업계는 재벌개혁 프레임에 빠져 주목하지 않는 모양새다. 2030년까지 개인용 경유 승용차를 퇴출하는 것을 비롯해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을 위한 지원 강화 ▲경유차 감축 및 경유차 교체 촉진 등으로, 자동차업계 입장에서 보면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차세대 모델 대중화의 기반을 다져줬다. 안 후보도 '조선·해운산업 발전을 위한 장기 로드맵 구축'을 통해 불황에 빠진 조선·해운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지만, 재계는 전혀 언급이 없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안 후보는 꾸준히 4차 산업혁명 전문가를 자임하며 기업의 의견을 수렴했고 실제 기업경영에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다수 제시했는데, 재벌개혁만 언급이 되는 것 같다"며 "기업이 미래 성장을 주도한다고 생각하고 관련 발언도 많이 했는데, 경제민주화가 (재계에서는) 이슈는 이슈인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문재인 후보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홍종학 전 민주당 의원은 "문 후보가 반기업 정서를 가진 것도 아니고 다양한 경제·산업 정책을 내놨는데 소수의 재벌과 이들을 대변하는 언론에서 재벌개혁 이슈만 부각하면서 기업 죽이기 프레임이 재생산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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