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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

손발 묶인 신동빈…2인자 '황각규' 역할론 주목

신 회장 추가 기소로 오너경영 마비…'오른팔' 황 사장 전면 부상

2017-04-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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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며 경영공백이 장기화 될 전망인 가운데 롯데의 '2인자'로 부상한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사장)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18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사정당국의 불구속 기소 처분까지 받으며 사실상 오너로서의 경영활동이 마비된 상황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지검장)는 17일, 미르·K스포츠 재단 자금 출연과 관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롯데그룹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이미 지난해 오너가 경영비리 사건으로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이번 건으로 추가 기소되면서 심각한 '경영공백' 상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그룹은 최근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 비전을 선포하며 '투명기업'으로 거듭나 질적 성장을 이룰 것이란 야심찬 포부를 밝혔지만 시작부터 차질을 빚게 됐다. 또 사드(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대응, 지주회사 전환, 호텔롯데 상장 등 굵직한 현안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더 뼈아픈 대목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거의 매주 이틀 이상 재판에 참석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기소되면서 사실상 경영공백이 심각해졌다"고 호소했다.
 
실제 신 회장은 롯데 계열사 피에스넷 증자 관련 계열사 동원 건, 신동주 전 부회장 등 총수 일가에 대한 급여 제공 건 등의 혐의로 그동안 빠듯한 재판 일정을 소화해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번 추가 기소로 인해 일주일 중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집무실이 아닌 법원에서 소비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당장 오는 19일에도 신 회장은 롯데그룹 총수일가와 관련된 경영비리 6차 공판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신 회장의 출국금지 역시 당분간 이어지게 됐고, 그가 중심이 돼 추진하던 투자 계획이나 각국 정상들과 만남도 올스톱 된 상황이다.
 
결국 누군가는 신 회장의 공백을 대신해 그룹의 현안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그룹 안팎에선 그룹의 2인자로 부상한 황각규 사장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황 사장은 지난 2월 롯데그룹 정기인사를 통해 신설된 컨트롤타워 '경영혁신실'의 수장을 맡으며 그룹 전반의 기획, 조정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그룹의 재무, 인사, 커뮤니케이션, 가치혁신팀 등 4개 팀을 총괄하며 사실상 고 이인원 사장의 공백을 메우는 새로운 '2인자'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는 지난 3일에도 롯데그룹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에 신 회장을 대신해 전면에 나서며 첫 번째 공식석상에서 2인자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데뷔전을 치룬 바 있다.
 
황 사장은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 1979년 호남석유화학으로 입사해 1990년 신 회장이 같은 회사 상무로 부임해 경영수업을 받을때부터 최측근에서 오른팔 역할을 수행해 온 인물이다. 당연히 신 회장의 신임이 두터울 수밖에 없다.
 
최근 롯데그룹이 철옹성 같던 재계 '빅4(삼성·현대차·SK·LG)' 체제를 무너뜨리고 창립 50년 만에 재계 4위 반열에 오르게 된 것도 황 사장의 역할이 컸다. 그는 2004년 우리홈쇼핑(롯데홈쇼핑), 2007년 대한화재(롯데손해보험), 2008년 케이아이뱅크(롯데정보통신), 2009년 두산주류(롯데주류), 2010년 바이더웨이(코리아세븐), 2012년 하이마트(롯데하이마트) 인수 등을 주도하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2014년부터는 정책본부 운영실장으로 그룹 전반에 대한 경영 관리를 책임지고 있을 뿐 아니라, 롯데의 지배구조 개선 등 밑그림도 황 사장의 구상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분간 황 사장은 신 회장의 경영공백을 최소할 할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될 전망이다. 우선 최근 그룹 내 꾸려진 사드대응 TF팀과 함께 상반기에만 1조원대 손실이 예상되는 중국사업의 점검을 책임질 전망이다. 이 외에도 연기와 보류를 거듭하며 해묵은 과제가 되고 있는 호텔롯데 상장, 지배구조 개선 등을 신 회장을 대신해 차질없이 진행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내 오너 리스크가 있던 기업마다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2인자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은 항상 존재해왔다"면서 "황각규 사장의 그룹 내 입지와 역량이 신 회장의 공백을 채우며 롯데의 경영전반을 챙길 적임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라고 평가했다.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사장)이 지난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 비전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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