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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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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시론)'보상(輔相)형 대통령제'로 대탕평하라

2017-04-1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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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원
서울대 국가리더십센터 선임연구원
앞으로 한 달 뒤면 다음 정부의 대통령이 취임하고, 국무총리와 장관 등 조각도 단행된다. 게다가 차기 대통령은 바로 국정 공백을 메워야 하는 까닭에, 허니문 기간도 없이 야당과의 대립 전선에 서게 된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여소야대의 정치지형이 기다리고 있다. 40석에 불과한 국민의당은 말할 것도 없고, 120석을 확보하고 있는 원내 제1당인 민주당에서 대통령이 나오더라도 야당의 도움 없이는 장관 한 명 속 시원히 임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 국회는 타협과 협력보다는 여야 모두 원내 권력의 최대치를 확인하는 극단적 대결의 정치를 펼쳐왔다. 집권여당이 절반을 넘는 다수당일 때는 날치기를 해서라도 그들의 힘을 과시하고, 확인하는 정치를 강행했다. 소수 야당은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여당의 다수결주의에 극한적 형태로 저항했다. 힘의 정치에 대한 또 다른 편향은 '국회선진화법'이 증명한다. 누구나 선진화법이 정상적인 의회주의에 따른 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소수 정당을 위한 보호장치가 없다면 국회는 극단적 대결의 정치에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이 법률은 지속되고 있다.
 
힘의 최대치를 확인하는 정치문화에서 다음 정부의 구성이 험난할 것이라는 것 또한 누구나 예상 가능하다. 우선 대통령이 지명하는 총리와 장관 후보들의 인사청문회 통과가 난망하다. 특히 올해는 대통령이 선출된 뒤 인수위를 구성할 틈도 없이 바로 국정운영에 돌입한다. 정부는 선거 후유증으로 야당의 협조를 받기가 쉽지 않을 분위기다. 더구나 1년 뒤 지방선거를 겨냥한 야당들은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자신들의 정치적 힘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대결국면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정치지형과 문화 속에서 대통령이 빼들 수 있는 정치적 승부수는 무엇일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1919년 상해 임시정부의 임시헌법, 1948년 제헌헌법 그리고 1987년 현행 헌법에 명문화된 '국무총리의 국정통할권'과 '국무회의의 심의권'을 실행하면 된다. 임정부터 내려오는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권한을 헌법에 따라 대통령이 권력을 자제하고 국정을 운영하면 손쉽게 야당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다.
 
조선시대 영조와 정조의 대탕평 정책도 본받을 역사다. 영조는 '조제보합적 탕평'을, 정조는 '의리적 탕평'을 국정운영 방법으로 도입했다. 조제보합은 '의리의 조제(調劑)와 인재의 보합(保合)'을 의미하는데, 율곡 이이가 당쟁의 해결책으로 중국의 탕평 이론을 들여오면서 언급했다. 조제는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원래 근원이 하나여서 조화와 절충이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조선후기 정파 간의 극한적 대립을 이론적으로 조화시키는 힘이 됐다. 보합은 정파 사이에서 인재를 고루 등용하는 것을 뜻한다. 이 조제보합적 탕평은 율곡 이후 영조까지 조선 정치의 가장 중요한 정치전략이 됐다.
 
정조의 '의리적 탕평'은 군주가 신하들의 이해관계를 단순히 조화시키는 차원을 넘어 도덕적, 지적 우위를 확보하고 군주 스스로가 스승의 입장이 되어 신료들에게 국정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근본이 있다. 그래서 정조의 정책을 '군사(君師)적 탕평'이라고도 했다. 정조는 자신과 가까운 남인계열의 채제공에게 좌의정을 맡기고, 영의정과 우의정은 노론 등 다른 당파에 맡겼다. 정조는 군주를 중심으로 의정부의 세 재상과 함께 권력을 나눠 국정을 운영했다.
 
영·정조 시대 탕평의 근원은 주례의 총재제와 조선 초기 정도전의 재상중심제, 세종 말년의 의정부서사제 그리고 실학파들의 관부일체론까지 모두 동아시아적 국정운영 원리에 기초했다. 이를 '보상(輔相)형' 국정원리라고 한다. 군왕을 수레바퀴의 중앙에, 재상을 수레바퀴의 살에 그리고 육조 등 관료들은 바퀴에 비유한 것이다.
 
5월9일 대선이 끝나면 새 정부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안보와 경제의 위기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더구나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개헌을 추진하는 빠듯한 일정도 소화해야 한다. 특단의 해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다양한 외국의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렇지만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정치문화가 다른 외국의 선례는 우리 현실과는 유리된다. 이럴 때 우리 역사와 헌법 속에서 해법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제헌헌법에 규정됐지만 그간 사문화됐던 보상형 대통령제를 부활시키는 것에 새 정부의 활로가 있다. 보상형 대통령제로 대탕평을 하라. 그러면 난마와 같은 새 정부의 국정운영에 새로운 길이 보일 것 같다.
 
임채원 서울대 국가리더십센터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