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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이대로 안된다)②앞에서는 보여주기식 규제 완화...뒤로는 손발 꽁꽁

크라우드펀딩·코넥스 등 신설, 시장은 외면 …"과도한 후속 규제에 제역할 못해"

2017-04-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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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박근혜 정부의 금융당국은 규제완화를 강조하면서 각종 자본시장 정책을 쏟아냈지만 제대로 된 성과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지난 4년간 규제완화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오히려 규제로 인해 정책들이 실패로 귀결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창조경제’를 내세우면서 모험자본 육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뒀다. 금융당국은 이를 위해 중소기업 및 창업기업 지원을 활성화해서 국내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목표 하에 2013년부터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제도 도입과 코넥스 시장 신설 등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우선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제도는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정책 중 가장 공을 들인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년 1월25일 시행된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은 현재까지 펀딩성공금액이 23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투자광고 규제와 일반 투자자 투자한도 규제에 묶이면서 좀처럼 활성화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몇몇 업체는 수억원대의 적자가 누적되면서 퇴출의 위기에 놓였다.
 
크라우드펀딩이 부진하다보니 금융당국이 당초 목표로 했던 한국거래소 ‘스타트업 마켓(KSM)-코넥스 시장-코스닥 시장’으로 이어지는 성장 시스템도 원활히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KSM은 크라우드펀딩 성공 기업 등의 주식거래를 취지로 작년 11월 개설됐지만 5개월 간 단 두 건의 거래만 성사됐다.
 
오히려 KSM이 기존 비상장기업 주식을 매매하는 K-OTC BB와 역할이 겹치면서 모험자본 인프라 구축이 아니라 거래기관만 증가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코넥스 시장도 기존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 밀리면서 좀처럼 입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규제완화가 절실한데 아직도 투자광고 규제 등은 완화되지 않았다”면서 “펀딩이 침체되면서 KSM에서 거래가 부진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파생상품 분야도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침체 양상을 보였다. 당국은 2014년 파생상품 활성화를 추진한다고 밝혔고 주가연계증권(ELS) 발행규모는 2013년 45조7000억원에서 2014년 71조8000억원, 2015년에는 77조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2015년 중국 증시 급락으로 인해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자 금융당국은 홍콩항셍중국지수(HSCEI)를 기반으로 한 ELS 상품에 대해서는 상환금액 내에서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당국의 규제로 인해 지난해 ELS 발행규모는 49조4000억원으로 35% 가량 감소했고 증권사들도 수익에 큰 타격을 받았다. 게다가 당국이 규제의 명분으로 내세운 손실 가능성은 실제로 실현되지 않으면서 증권사들은 비공식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오히려 손실제한형 상장지수증권(ETN)을 통해 ELS를 일정 부분 대체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일평균 거래규모가 수천만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국민의 재산을 증식하겠다’면서 작년 3월 야심차게 추진했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사실상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 업권의 ISA 가입자수는 작년 6월 24만3126명에서 올해 2월말 20만710명까지 감소했다. 가입금액도 작년 6월 7406억원에서 이후 7200억~7300억원 수준에 머물러있다.
 
침체 원인으로는 ISA의 세제혜택을 받으려면 5년간 의무가입 동안 출금할 수 없는데다가 세제혜택도 200만원까지 비과세가 적용되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는 9.9%의 세율이 적용되는 등의 규제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문제점을 인식하고 세제혜택 및 가입대상 확대, 중도인출 허용 등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적시에 규제가 완화되지 못하면서 앞으로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한편, 금융당국이 2013년 동양 사태를 계기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여러 규제방안을 시행한 건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70세 이상의 고령 투자자 등 부적합 투자자파생상품에 가입할 경우 숙려기간이 부여되며, 증권사는 판매과정 전부를 녹취, 보관해 고객이 요청할 때 이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정책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초대형 IB에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해 증권업계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도 초대형 IB의 탄생이 침체된 증권 업황을 개선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금융당국이 과도한 후속 규제에 나서면서 각종 정책들이 당초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침체되는 모습이 나타났다"면서 "차기 정부가 들어선다면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기간 금융당국이 규제완화를 외쳤지만 오히려 규제로 인해 정책들이 실패하는 사례가 많았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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