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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향

이슬람교는 원래 평화를 존중하는 종교다

라이프사이언스 <세계 5대 종교 역사도감> 리뷰

2017-04-1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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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종교가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이 더 많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표본 집계 결과에 따르면 종교가 없는 사람이 있는 사람을 추월하는 것은 조사를 시작한 85년 이후 최초라고 한다. 프랑스 철학자 에밀 뒤르켐은 현대 사회가 발달함에 따라 종교의 영향력도 쇠퇴해 간다고 말했다. 과학적인 사고가 점차 종교적인 설명을 대신하고, 의식과 종교적인 활동들은 단지 개인 생활의 일부분을 차지할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변형된 형태의 종교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 사회조차도 구성원의 결속을 위해 종교적 행사와 의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속의 종교는 여전히 분쟁의 원인으로써 존재감을 잃지 않고 있다. <세계 5대 종교 역사도감>은 곳곳에서 빈발하는 종교 분쟁의 뿌리와 의미를 살펴보고 영향력을 강력하게 행사하는 세계 5대 종교에 대한 기본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왜 미국의 대통령은 거의 개신교도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종교가 사라진 이유,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대립은 문명 충돌인지 등등 종교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 정세를 살펴보고 종교가 인간과 세상을 어떻게 연결하는지 보여준다.


이슬람교는 어떻게 과격파가 되었을까?”


이슬람교의 생사관은 같은 일신교인 기독교와 유대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슬람교에서도 사람은 종말이 오면 최후의 심판을 받아 천국이나 지옥으로 간다고 믿는다. 다만 특징적인 것은 칼은 천당과 지옥의 열쇠이다. 나라를 위해서 지하드(성전)에 참가했다가 죽은 사람은 신록이 우거진 천국에 다시 태어나 봄과 같은 천상 세계에서 살며 72명의 미녀가 시중들게 하고 7만 명의 노예를 부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교하면서 지하드를 합법화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상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종교전쟁과 자폭 테러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많다.


본래 이슬람교는 평화를 존중하며, 인간의 존엄을 짓밝히지 않는 한 싸움을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또 성전으로 해석하는 지하드역시 전쟁이나 테러와는 직접 연관이 없는 말이다. 원래 지하드는 노력을 의미하는 아라비아어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첫째는 대 지하드로, 자기 내면의 과의 싸움 또는 정신적인 수양을 가리킨다. 즉 자기 자신과의 싸움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둘째는 소 지하드로, 공동체를 침략한 적과의 싸움을 가리킨다. 현대에는 일반적으로 이슬람교도가 무기를 들고 이교도와 싸우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이 일부 과격파가 테러를 정당화하는 구실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교의 교조 무함마드는 전투적인 소 지하드가 아닌 대 지하드를 장려했다고 한다.


이슬람권의 은행은 이자 없이 어떻게 돈을 벌까?”


돈을 융자해주는 대신 이자를 받아 수익을 내는 것이 일반적인 은행의 경영방식이다. 그러나 이슬람교에서는 <코란>의 가르침에 따라 이자를 받을 수 없다. 이자는 아무런 노동 없이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로 화폐가 늘어나는 불로소득이며, 가난한 자를 더 가난하게 만든다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슬람권의 은행들은 어떻게 수익을 내는 것일까? <코란>의 가르침을 지키면서 수익을 내는 이슬람 금융업은 이자를 배당 수익 등으로 대체한 구조를 활용하고 있다. 예금과 대출에 대해 이자를 받지 않고 상호 투자를 하는 무다라바가 이런 형태이다. 즉 은행과 고객은 상호 파트너 자격으로 투자에 참여하고, 수익과 손실도 계약서에서 미리 합의한 비율로 나누는 방법이다.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다


 20세기 전반기 동안 공산주의의 창시자 카를 마르크스의 사상에 기초하여 소비에트 연방과 동유럽 국가, 중국 등 수많은 공산주의 국가가 수립되었다. 유물론에 기초해 무신론을 내세우는 공산주의 사상에는 종교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따라서 공산주의 국가들은 신이 아니라 민중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종교를 탄압했다.


 카를 마르크스는 종교는 역경에 시달리는 자의 한숨이며 민중의 아편이다라고 말했다. 무신론자인 그의 종교 부정은 종교가 혁명을 방해하는 요소이자 독소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핍박받는 사람들이 종교를 가지면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오로지 내세를 꿈꾸며 종교에만 의지하게 된다. 그러면 현실 세계의 다양한 모순을 해결할 의지가 사라지고, 계급혁명을 통해 민중이 지배하는 세상도 영원히 오지 않는다는 논리이다. 즉 마르크스는 노동자의 고통과 핍박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대책은 종교가 아니라 공산주의 혁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IT 산업이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무너뜨린다


 인도에서 국가의 성장을 가로막을 만큼 나쁜 전통이 있다. 바로 힌두교의 카스트 제도이다. 착위에 기초한 철저한 계급사회를 지향하는 것으로 강제된 신분 세습제이기 때문에 개인의 자진과 능력에 따라 바꿀 수 없고, 또 카스트별로 종사해야 할 직업도 따로 정해져 있다. 이런 제도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거기에 긍정적인 경제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계층별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이미 정해져 있으므로, 결과적으로는 사회 내에서 일을 서로 나눌 수 있는 것이다. 하층 계급 사람들도 저임금이기는 하지만 일정한 수입을 보장받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로운 산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인도 경제를 견인하는 IT산업은 최근에 등장한 산업이기 때문에 일단 카스트 제도에 따른 직업적인 속박이 없다. 즉 카스트에 관계없이 누가 종사해도 문제가 없는 직업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교육을 받은 상위층 카스트가 IT 산업의 고용을 독차지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런 차별을 없애기 위해 하위층 카스트의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IT 산업 등 향후 새롭게 태어날 산업에서 카스트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인도의 젊은 사람들이 카스트 제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교, 기독교로 개종하는 사례도 많다.


 종교의 역사, 세계에서 일어나는 분쟁, 상식이 잘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하지만 IS와 알카에다의 탄생에는 종교뿐만 아니라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미국의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는 식의 다각적인 시선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한계점이다. 또한 일차원적인 정보 전달에 그쳐 종교에 대한 철학적인 고찰이 부족해 깊이가 없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종교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는 데 나쁘지 않은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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