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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현장에서)'CEO리스크'에 발등 찍힌 BNK금융

2017-04-1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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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윤석진 기자] 성세환 BNK금융지주 회장이 주가 시세조종 혐의로 결국 구속됐다. 사실 여부를 떠나 경영 공백으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높은 공공성과 신뢰로 먹고사는 금융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구속만으로도 회사의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혹의 중심에 성세환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가 자리하고 있어 금융지주 내 지휘체계와 시스템 전반에 대한 의구심마저 증폭됐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빠르게 성장한 BNK금융이 이제는 CEO 리스크에 제대로 붙잡힌 형국이다.
 
사실, CEO 리스크가 불거지기 전까지 성세환호는 순항을 거듭했다. 성 회장은 강력한 리더십에 기반해 BNK금융지주의 M&A(인수합병)를 진두지휘하면서 경남은행을 자회사로 편입시켰고, GS자산운용(현 BNK자산운용)를 인수했다. 빠른 시간 안에 덩치를 키운 것이다. 두 은행(부산·경남은행)간 시너지 효과로 당기 순익과 총자산은 2013년 이후 줄곧 증가했다. 디지털시장 공략을 위해 모바일은행인 '썸뱅크'를 출시한 후 핀테크 산업의 발판을 다지기도 했다. 이런 성과 덕분에 성세환 회장 본인은 3년 연속으로 100대 CEO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주가 시세 조정 논란으로 화려했던 이력에 금이 가게 생겼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기업과 은행 특유의 '유착'을 의심케 할만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불씨를 키웠다. 정경유착이 국가 경제를 좀먹는 것처럼 기업과 은행의 왜곡된 유착은 해당 지역 경제에 막대한 해를 끼친다. 이는 내부 권력 다툼이나 투자 판단 실수로 인한 영업손실과 같은 문제와는 격이 다르다. 최순실 사태가 그랬듯이, '그들만의 리그'는 항상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
 
이처럼 강력한 리더십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리더가 잘못된 방향으로 들어섰을 때, 그 피해도 막심하다. CEO의 영향력과 리스크가 비례해서 커지는 구조다. 만약 성 회장이 아닌 내부 직원이 주가 조작 사태에 연루됐다면, 지금처럼 지주사 전체를 뒤흔들어 놓치는 않았을 것이다. 별다른 존재감이 없는 리더십이었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결과야 어찌 됐든 BNK금융 입장에선 이미 '엎지러지 물'이 됐다. 더 이상 성 회장의 리더십에 의존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이 점을 잘 아는 BNK금융은 성 회장의 직무대행으로 박재경 부사장을 선임했다. 박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팀이 꾸려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CEO 한 명에 의존하는 시스템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제 2, 제 3의 CEO 주도 주가조작 의혹이 터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비상 대책과 더불어 투명한 소통채널과 견제장치가 시급하다. 금융융기관은 특출한 리더의 활약이 아닌 시스템이 작동하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또, 지역 기업과의 유착 관계를 감시·견제하는 내부 기구 마련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CEO의 잘못된 판단까지 걸러낼 수 있는 금융기관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되기를 기대해본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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