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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찬

“김기춘, 박 전 대통령 선거 도와준 사람들이 애국자”

조원동 전 경제수석 블랙리스트 재판서 증언

2017-04-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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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김기춘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을 정부 인사에 반영하는 것이 애국이라고 생각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반대로 김 전 실장은 선거에서 반대 진영에 있는 사람을 인사에서 배제하는 것 또한 애국이라고 생각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황병헌) 심리로 20일 열린 김 전 실장·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에 대한 5회공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 전 수석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김 전 실장이 평소 애국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이어 “김 전 실장이 말하는 애국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물음에 “하나는 적극적인 측면에서 볼 때 선거에서 도움을 줬던 분들을 인사에 반영하자는 의미이고, 소극적인 측면에서는 상대편 진영에 섰던 분들을 배제하는 의미였다. 혼합돼서 그런 표현을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진술했다. 또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편에서 선거에 참여하거나 도움을 주면 애국이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가담하면 애국이 아니라는 뜻인가”라고 특검이 묻자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이 “애국을 기준으로 보수와 진보좌파를 가르고 박 전 대통령과 연결해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을 가르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신문하자 조 전 수석은 “결과적으로 그렇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이 “김 전 실장 취임 후 절차를 무시하고 박 전 대통령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대통령 지침을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따르는 방식으로 국정이 운영됐다”고 하자 그는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김 전 비서실장과 박 전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 꼼꼼하게 기록된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남긴 업무일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이 토론 없는 일방적 국정운영의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조 전 수석은 “관료주의 시스템이 갖고 있는 검증기능이 마비된 측면이 있다”라고 인정했다.
 
김 전 실장은 “너무 주관적이고 독단적인 생각”이라며 조 전 수석의 증언에 직접 나서 반박했다. 이어 “젊은 공무원 시절부터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충실하면 애국이고 북한 선전선동에 동조하거나 온정적이면 애국이 아니라는 기준이 확고했다”면서 “어떤 후보에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를 애국 기준으로 삼았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도 않고 밖으로 표출한 일도 없다”고 진술했다.
 
이날 오후에는 우모 전 문체부 국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우 전 국장은 “(블랙리스트 집행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중간중간 있었는데 그 집행을 중단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특검 물음에 “문체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BH(청와대)와 관련돼 있어 공식 입장을 바꾸기 쉽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김기춘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5회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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