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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송민순 회고록, 보안업무규정 위반 논란

외교부 "회고록에 국가비밀 공개 승인 없었다"

2017-04-2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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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자신의 회고록에 국가비밀 내용을 기록하면서 외교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 25조 2항은 ‘공무원이었던 사람은 법률에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속 기관의 장이나 소속되었던 기관의 장의 승인 없이 비밀을 공개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부는 송 전 장관의 회고록 중 국가비밀에 해당되는 관련 내용에 대한 어떠한 승인도 하지 않았다고 밝힌바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문제가 되고 있는 UN의 북한인권결의와 관련한 대통령과 국가정보원장의 업무내용은 국가비밀에 해당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송기호 통상위원장은 21일 “외교부는 작년 11월22일자로 보낸 ‘정보부존재통지서’에서 송 전 장관의 회고록 관련 비밀공개 승인문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며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비밀 관련 내용을 집필할 때,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에서 규정한 소속 기관장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송 전 장관이 이번에 문제가 된, 북한 인권 결의안을 주제로 한 대통령과 국가정보원장의 업무 내용이나 관련 문서 사항을 승인 없이 회고록에 서술하고 공개한 행위는 보안업무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 위원장은 지난해 11월14일 송 전 장관이 자신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 출간을 위해 국가 비밀을 회고록에 공개하는 것을 외교부장관으로부터 승인 받았는지를 증명하는 승인문서를 공개할 것을 외교부에 청구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같은 달 22일 “송민순 회고록 관련 승인문서에 대한 생산 및 보유 정보가 없다”며 ‘정보 부존재’로 통보했다.
 
송 위원장은 또 “송 전 장관에게는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국가안보 관련 문서를 사적으로 보관할 법적 권한이 없다”며 “이 문서는 대통령이 송 전 장관에게 증여할 수 있는 성격의 문서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보안업무 규정>에 따른 비밀분류를 하고 규정에 따라 적절한 시설에 보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위원장은 이어 “공익에 필요하다면 비밀도 공개할 수 있지만 송 전 장관의 외교부는 한일 위안부 협의 문서조차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공개하지 않고 항소했다”며 “한미 FTA, 사드, 위안부 등 외교통상안보에서의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정보 접근과 사유화라는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전 장관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UN의 북한인권결의안 투표 전 정부가 북한과 미리 협의했다는 내용을 자신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 기재해 논란이 일었다. 그는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후보가 결의안 투표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자며 북한과의 접촉을 지시하고 이를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이 논란은 지금까지 2회에 걸쳐 진행된 제19대 대통령 후보 TV토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문 후보에게 집중적으로 질의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문 후보는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송 전 장관은 2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 후보의 답변과 배치되는 ‘청와대 문건’을 공개했다. 그는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북한에서 받은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문서에 찍힌 로고는 청와대 마크다.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에게 안보실장이 20일 저녁 6시30분에 접수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내용이 서류 밑에 적혀 있다”고 문건을 설명했다.
 
문건에는 청와대마크와 유엔결의안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적혀 있고 하단에 "11.20, 18:30 전화로 접수 (국정원장->안보실장)"이라는 메모가 수기로 적혀 있다. 송 전 장관은 수기로 쓴 메모에 대해 “내 것은 아니다. 백종천 외교안보실장 글씨로 생각된다”며 “노 대통령의 호텔 방에 들어가니 ‘북한에서 받은 반응’이라며 내게 보라고 문서를 줬다”고 밝혔다.
 
지난 3월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통일미래포럼 창립 기념 '한반도의 미래: 외교로 묻고, 통일로 답하다' 토론회에서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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