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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최규선만 두 번…구속집행정지 개정 목소리 커

허가 난 뒤 제대로 관리 안돼…도주하면 조력자만 처벌

2017-04-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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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구속집행정지 도중 잠적했다가 체포된 최규선 썬코어(051170) 대표 도주를 도운 30대 여성 구속 여부가 23일 결정될 전망이다. 도주한 당사자 대신 도주를 도운 사람만 처벌받는 현행 구속집행정지 체제의 부실성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범인도피혐의 등을 받고 있는 박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했다. 박씨는 구속집행정지 중인 지난 6일 서울 강남 한 병원에 입원해 녹내장 치료를 받다가 도주한 최 대표를 자기 차에 태워 동행하며 경남 하동, 전남 순천 등 도피처를 물색하고 순천 은신처에서 식사와 병간호 등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지난 20일 체포됐다. 지난 1월부터 건강 악화를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된 최 대표는 이후 두 차례 연장 후 이달 초 다시 연장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혐의를 받고 있지만, 도주 당사자인 최 대표는 병원을 이탈했음에도 이번 도주에 한해서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을 전망이다. 형법 제145조에서 체포 또는 구금된 자가 도주하면 1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구속집행정지, 가석방, 보석 상태일 때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범죄인이 자기 범죄를 부인하고 묵비권을 행사하며 자기방어를 하듯이 구속집행정지일 때 스스로 도망가는 것까지 처벌하지 않는다"며 "만약 주변 사람이 범죄인에게 도망가라고 부추기거나 도왔다면 소극적인 방조가 될 수 있지만, 당사자의 도망은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도 "만약 가석방 중에 도망갔다면 가석방 취소 사유지 도주죄가 될 수 없다"며 "형법에서 말하는 '체포나 구금될 때'에서 구속집행정지, 가석방, 보석 상태일 때는 제외된다. 다만 도주 자체가 양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최 대표의 구속집행정지 기간 '일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2년 구속기소됐을 당시에도 수술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처분을 받은 뒤 병원에서 회사 경영을 한 것이 드러났었다. 한 변호사는 "도망간 당사자가 아닌 도주를 도운 사람만 처벌받는 현 구속집행정지 체제는 형평에도 맞지 않고 미비한 측면이 많다"며 "또 재벌 총수 등 재력가가 병원 소견서만 가지고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허가받은 뒤 제대로 수감생활도 안 하고 관리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처벌할 수 있는 강제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다른 변호사는 "구속집행정지 부분은 '조삼모사'와 같다. 밖에 나와 있으면 그 기간 만큼 더 살아야 하는데 제대로 운영되면 상관없지만 안 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구속집행정지 기간에 도망갔을 때 처벌할 수 있는 법규를 따로 만들거나 특혜 조항으로 형을 가중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변호사 역시 "치료나 특별한 사정에 따라 구속집행정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간 구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치료 명목으로 구속집행정지를 받는 경우가 있었다"며 "문제는 그런 상태로 감시망을 피했을 경우 도주죄가 성립 안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엄격한 감시와 처벌할 수 있도록 법률 조항을 신설하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 회삿돈 43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 대표는 196억원을 빼돌린 부분이 인정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최 대표는 2002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씨와 친분을 내세워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받은 '최규선 게이트'의 장본인이다. 
 
최규선(오른쪽) 썬코어 대표가 사우디 억만장자 아들 칼리드 빈 알 왈리드 왕자와 함께 지난해 10월20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썬코어의 1000만달러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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