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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돼지흥분제’부터 ‘MB아바타’까지…대선후보간 거친 난타전

주제는 정치·외교 분야, 각 후보들은 주제 벗어난 네거티브 공방에 집중

2017-04-23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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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23일 외교·안보 및 대북관계, 정치 분야를 주제로 대선후보간 제3차 TV토론이 열렸지만, 각 후보들은 상대방을 향해 서로 “대통령 자질을 검증해야 한다”면서 주제와는 거리가 있는 네거티브 공방을 치열하게 전개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기호순)는 이날 오후 KBS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한 5개 주요정당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 임했다.
 
당초 이날 토론의 주제는 정치와 외교, 권력기관 개혁 분야였다. 그러나 토론은 홍준표 후보의 ‘돼지발정제’ 논란으로 시작해 ‘송민순 회고록’, ‘안철수 MB(이명박)아바타’ 등 그 동안 대선 레이스에서 제기됐던 이슈들이 재점화됐고, 그 과정에서 후보들은 감정싸움도 사양하지 않았다.
 
안·유·심 “강간미수 공범 홍준표 사퇴하라” vs 홍준표 “45년 전 일, 고해성사한 것”
 
토론은 소위 ‘돼지흥분제’ 사건에 연루된 홍준표 후보의 자격문제로 시작됐다. 심상정 후보는 모두발언에서 “저는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후보를 경쟁 후보로 인정할 수가 없다”며 “국민들의 자괴감과 국격을 생각할 때 홍 후보는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면서 홍 후보와의 토론거부를 선언했다.
 
유승민 후보도 “(홍 후보는) 강간 미수 공범이다. 이건 인권의 문제고 국가지도자의 품격의 문제고 대한민국 품격의 문제”라며 “이제까지 한 번도 피해 여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 적이 없다”며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홍 후보는 “그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제가 18살 때 사건으로 친구가 성범죄 기도를 하려고 하는데 막지 못한 책임감을 느끼고 12년 전 자서전에서 고해성사를 했다”며 “제가 직접 한 건 아니지만 친구가 그렇게 한 것을 못 막았다는 것에 정말 죄송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회자가 “지금 주제는 외교안보와 대북정책”이라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지만, 안철수 후보가 재차 “자서전의 성폭력 모의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외신에 많이 보도돼 국격이 심각하게 실추됐다”고 비판했다. 또 “한국당은 박근혜 정부 실패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원천적으로 후보를 낼 자격이 없다”며 홍 후보의 사퇴를 주장했다. 이에 홍 후보는 “제가 사퇴하는 것이 안 후보님에게 많이 도움이 되는 모양”이라며 꼬집으며 물러서지 않았다.
 
유승민과 문재인 ‘송민순 회고록’ 공방…심상정 “안보팔이 그만” 일축 
 
홍준표 돼지흥분제에 이어 노무현정부가 지난 2007년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에서 북한 입장을 확인했다는 내용을 담은 ‘송민순 회고록’이 도마에 올랐다. 유승민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겨냥해 “북한 인권결의안을 가지고 김정일에게 물어봤는지 진실을 이 자리에서 밝혀라”고 압박했다.
 
문 후보는 “당시(2007년 11월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기권으로 결론을 내렸고, 회의에 배석했던 관계자들이 녹취록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밝혔다”며 일축했지만 유 후보는 재차 “문 후보는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 지금 만약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후보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문 후보는 “유 후보는 토론 태도를 바꿔야 한다. 질문하고 답이 있었으면 그것으로 정리해야 하는데, 상대가 인정할 때까지 말꼬투리 잡고 하는 것은 토론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며 “유 후보를 합리적 개혁 보수라 느껴왔는데 구태의연한 색깔론을 펼쳐 실망스럽다”고 일침했다.
 
이어 그는 “저는 ‘송민순 회고록’ 사건을 지난 대선에 있었던 제2의 NLL사건이라고 규정한다”며 “그 때도 ‘NLL을 노 전 대통령이 포기했다’ 이랬지만, 선거가 끝난 이후 다 터무니없는 사실로 밝혀지지 않았나”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유 후보는 계속 문제제기를 했고, 결국 심상정 후보가 공방에 참여했다. 심 후보는 “이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 결정이 잘 됐나 안 됐나’이지 진실공방이 아니다”며 “제가 당시 대통령이었다면 기권했을 것”이라며 참여정부의 결정을 두둔했다.
 
이어 “유 후보가 합리적이지 않다”며 “저는 색깔론을 극복하는 것이 보수가 새롭게 태어나는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전형적인 안보장사 아니냐. 북한이 없었으면 보수가 어떻게 성공했겠나”라고 꼬집었다. 또 문 후보를 향해서도 “이 문제에 대해 처음부터 단호하게, 자신있고 당당하게 입장을 밝혔으면 이렇게까지 논의가 비화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침했다.
 
안 “내가 갑철수인가. MB아바타인가” vs 문 “항간에 그런 말도 있다”
 
여론조사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문 후보와 안 후보의 공방도 불꽃을 튀겼다. 안 후보는 자신을 향한 네거티브 방안이 적힌 민주당 내부 문건을 들어 보이며 “내가 갑(甲)철수인가, 안철수인가”라며 “민주당이 조직적으로 국민세금을 갖고 네거티브 비방을 한 증거가 다 있다”며 문 후보를 압박했다.
 
또 자신의 부인 김미경씨의 서울대 교수 특혜채용 의혹, 딸 재산형성 의혹과 함께 문 후보 아들의 특혜채용 의혹을 동시 검증하자며 관련 국회 상임위 개최를 요구했다. 이에 문 후보는 “나는 이미 해명이 끝났다. 본인의 의혹을 국회 상임위 열어서 해명하고 싶으면 해명하라”며 “문재인을 보지 말고 국민을 보고 정치하라. 문재인 반대하려 정치하나”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안 후보는 지난 2012년 대선과정을 언급하며 “저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정권이 연장되면 안 된다고 결심하고 후보직을 양보했다”며 “그래도 제가 MB 아바타냐”고 따져물었다.
 
문 후보는 “안 후보는 미래 이야기를 하자고 해놓고 돌아서서 과거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안 후보가 한 말은 제 입으로 올린 적이 한 번도 없다. 떠도는 이야기를 갖고 질문하니 답할 게 없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재차 추궁했고, 결국 문 후보는 “항간에 그런 말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2012년에 MB아바타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지만, 이번 선거에서 (안 후보가) 부상할 때 MB측 지원을 받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있었다”고 받아쳤다.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19대 대선 후보들이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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