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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choibh@etomato.com

최병호 기자입니다.
(이제 노사혁명4.0이다)②어려우면 고통분담, 회생하면 고통전담

2017-04-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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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구태우 기자] 파산 위기에 몰렸던 대우조선해양이 정부와 채권단의 추가지원을 받기 위해 대대적인 인건비 감축을 추진한다. 노조도 사측의 고통분담 제안에 공감, 회생에 앞장서기로 했다. 불안감은 떨칠 수 없다. 회사가 어려우면 노조에 고통분담을 제안했다가, 사정이 나아지면 나 몰라라 외면하는 기업들의 행태가 노사관계에 깊은 불신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사례로는 금호타이어가 대표적이다. 2014년 워크아웃을 졸업하며 경영정상화를 선언했지만 기대했던 노조의 수혜는 없다. 오히려 최근 매각과정에서 논란이 더해지며 사측과 채권단 모두로부터 외면 받는 실정에 이르렀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009년 12월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2006년 모기업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과정에서 부담했던 5000억원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 신청 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직원의 기본급을 10% 삭감하고 상여금을 200%를 반납하는 한편 해고 대상자 193명을 유보하는 대신 597개 직무 도급화와 함께 복리후생 중단 및 축소를 단행했다. 회사를 살리자는 대의에 노조도 동의했다.
 
노사의 단결 끝에 2014년 12월 회사가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고통분담은 계속됐다. 노조는 지난 5년간의 실질임금 회복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생각이 달랐다. 파업이 수시로 벌어졌고, 조합원이 분신·사망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올 들어 금호타이어 매각이 진행되자 노조는 또 다시 구조조정의 위험에 노출됐다. 앞서 2005년 쌍용차 사태처럼 '먹튀자본'에 팔릴 경우 고용승계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경영진은 무리한 투자로 회사를 위기로 몰았고, 직원들이 기껏 회사를 정상화시켰더니 이제는 나 몰라라 한다"며 "전체 구성원의 고용을 보장할 수 없다면 매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삼성과의 빅딜로 한화에 넘어간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도 같은 불만이 쌓이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2014년 한화에 매각된 후 2년째 임금이 동결된 상태다. 그간 사측은 '수년째 적자'를 이유로 임금 인상에 소극적 태도를 견지했다. 한화종합화학은 지난해 매출 1조8101억원, 영업이익 5547억원의 사상 최대실적을 거뒀다. 이에 노조에서는 "회사 매각에도 직원들이 꿋꿋하게 견뎠고, 적자 타령에도 참아왔다"며 "그러나 올해도 임금이 동결되면 더는 참을 수 없다"고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사측과의 임단협은 벌써부터 난기류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사진/뉴스토마토
 
회사 사정에 상관없이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전담시키는 사례는 숱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년 1400억원대의 영업손실 등 실적 부진을 이유로 4차례나 희망퇴직을 실시, 인력을 20%가량 줄였으며 이 과정에서 '신입사원 희망퇴직' 논란까지 겪어야 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일 조선업계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전기전자와 동력, 장비, 시설공사 등 4개 사업부문을 기업 분할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내하청 등을 포함해 약 5000명이 '고통분담'을 명목으로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책임을 분담해야지, 좋을 때는 이익을 그쪽(회사)에서 독점하고 힘들 때는 부담을 노동자에게만 떠넘긴다"고 말했다.
 
반면 재계는 노동자들의 강경 태도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17년 노사관계 전망' 보고서를 통해 "노동계는 기업의 경영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임단협 장기화를 초래해 기업의 노무관리 비용을 증가시키고, 급변하는 경영상황에 맞춘 기업의 신속한 대응력 약화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처한 경영여건에 따라 기업의 결정과 논리가 다를 수 있는데, 노조가 이를 간과하고 무리하게 임금 인상만 요구한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우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는 "다들 '이번 대우조선해양 사례가 구조조정의 모범이 될지 관심'이라고 말하지만 사측 입장에서 모범인지, 노조 입장에서 모범이 될지는 구조조정이 끝나고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최병호·구태우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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