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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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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을 통해 중년 남성의 삶을 바꾸는 회사를 만들 것"

(사회적기업가를 말하다) 헬로우젠틀 권정현 대표

2017-04-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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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헬로우젠틀은 '꽃할배 패셔니스타 만들기'로 시작된 예비사회적 기업이다. 중년 남성을 인터넷 스타로 키워 그들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바탕으로 한 트래픽을 활용해 광고와 커머스 사업을 진행하는 회사다. 권정현 헬로우젠틀 대표는 특히 '중년 남성'에 주목하고 있다. 은퇴 후 가정과 사회로부터 소외받는 중년 남성을, 패션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감과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새로운 중년문화를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지난 26일 서울 응암동에 위치한 헬로젠틀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헬로우젠틀이 사업과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들어봤다.
 
헬로우젠틀은 중년 패션 아이콘 MCN 이다. MCN(Multi Channel Network)이란 '다중 채널 네트워크'로 인터넷 스타를 위한 기획사를 일컫는다. 이들의 콘텐츠를 유통하고 광고 등을 유치하는 이른바 '에이전시'사업을 진행한다. 회사를 이끌고 있는 권 대표는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휴학 중이다. 4학년 1학기 '창업론' 수업을 들은 것이 '패션 관련 사회적 기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됐다.
 
권 대표는 "지인이 '넌 나이들면 닉 우스터처럼 될 것같아"라고 해서 닉 우스터라는 사람이 뭐하는 사람인지 찾아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닉 우스터는 미국의 패션 디렉터로 '옷 잘 입기'로 유명한 60대 중년 남성이다. 그는 위기의 중년을 사회로부터 관심의 대상으로 만들고 자존감을 심어주는 새로운 중년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미국의 닉 우스터가 새로운 패션 아이콘으로 등극하면서 젊은이들의 선망을 넘어서 중년세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말이다.
 
권 대표는 "패션을 통해 그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젊은 세대와 소통하게 하는 한편 중년 남성에게 경비원, 청소 말고도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까지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4년 초 '꽃할배 만들기'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카페를 운영 중인 60대 바리스타 전만수 씨를 모델로 기용했다. 미국의 닉 우스터와 흡사한 백발의 중후한 중년인 전 씨가 SNS에 등장하자, 방송출연과 대기업의 광고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요즘 헬로우젠틀의 간판모델인 전만수씨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전 씨의 SNS 팔로워는 3만명 수준이지만 가로수길에서 그를 알아보는 젊은 세대의 반응에 권 대표는 깜짝 놀랐다. 권 대표는 "포토그래퍼들이 SNS에서 유명한 전 선생님을 알아보고 사진을 찍는가 하면 젊은 세대들이 사인을 받으러 오기도 했다"며 "먼저 말을 걸어오는 사람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전 씨조차 '동화나라에 온 것 같다'며 어떨떨해했다는 후문이다. 그가 꿈꿔온 중년 남성에 대한 젊은 세대와 사회의 관심을 전씨라는 아이콘의 유명세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전씨 같은 아이콘을 더 발굴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도 있다. 하지만 2015년부터 활동해온 전 씨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그에게 모든 역량을 집중한 뒤 제2, 제3의 전만수를 만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여러 아이콘에게 역량을 분산하는 대신 전 씨를 이른바 '온라인 스타'로 등극시켜나갈 계획이다. 권 대표는 "아직까지 팔로워가 3만명 수준이지만 10만명 단위로 넘어가야 우리가 원하는 진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단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는 쇼핑몰도 시작했다. 에이전시 사업을 운영하는 한편 꾸준한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는 쇼핑몰 사업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전 씨를 모델로도 활용할 수 있고, 전 씨의 홍보를 위한 각종 의상과 소품 등도 자체조달 할 수 있다. 중장년 남성 패션시장은 패션 시장 중 유일하게 급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온라인 중년 남성 패션시장 규모는 약 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이 시장의 평균 성장률은 20%에 달하는 것으로 헬로우젠틀은 파악하고 있다.
 
헬로우젠틀은 캐주얼 바지, 수트, 수트자켓, 겨울 코트 등을 자체제작하고 있다. 권 대표는 "자체제작하면 제품은 확실히 잘 팔리지만 제작 과정과 자금 회수를 고려해 당분간은 일정 비율을 유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헬로우젠틀은 전씨를 핵심 모델로 하되 20대의 젊은 모델도 기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20~30대의 매출 비중이 높은 편이다. 전 씨가 입은 옷을 보고 중년의 아버지와 남편을 둔 딸과 아내 등이 구입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사로 유명한 YG 기획이 연예인 에이전시로 시작해 온라인물과 화장품 브랜드까지 런칭했다. 헬로우젠틀 역시 이와 비슷한 형태로 중년의 남성 패션아이콘을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인물로 키우고 이러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커머스 사업과 자체 브랜드 제작까지 계획하고 있다"
 
권 대표가 처음부터 지금의 '에이전시 및 커머스 사업' 형태를 구상한 것은 아니다. 2014년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이후로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여자가 많은 집안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옷과 패션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옷'으로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수많은 비즈니스모델을 시도했다. 시니어 대상 패션 잡지를 만들어보는가 하면 옷 입기를 어려워하는 중년들을 위해 여러벌의 옷을 코디와 함께 무료배송·무료환송 서비스도 시도했다. '코디박스'에 옷을 담아 전달하고 맘에 드는 옷의 구입을 유도하는 서비스의 반응은 폭발적이어서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지만 대규모의 재고와 자본이 필요하다는 현실적 한계에 부딪쳤다. 이 과정 속에서 지금의 사업 모델이 자리잡게 된 것이다.
 
20대 사업가인만큼 아직 어려운 부분도 많다. 권 대표는 "돈을 벌어본 경험이 없고, 대학생 신분이라 매출보다는 이상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면도 있다"고 웃어보였다. 악착같이 매출을 올리기보다는 사회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운영해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권 대표는 "올해 매출은 10억원"이라며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전만수 선생님 같은 중년 아이콘을 한국에서는 10명 정도, 아시권과 글로벌 권에서 총 50명 가량 확보해 중년남성을 패션아이콘화해 중년남성 전문 에이전시를 꾸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헬로우젠틀 직원들과 모델인 전만수씨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헬로우젠틀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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