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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포기…현실에 무릎(종합)

"잠정 보류 아닌 지주사 전환 불가"…자사주도 전량 소각키로

2017-04-2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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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017년 정기 주주총회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포기했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 필요한 지분 정리 등의 비용을 고려하면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다수의 지주사 전환 관련 규제 법안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죄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지주회사 전환이 경영권 승계와 결부되는 시각도 의식한 듯 보인다. 지배구조의 가장 큰 리스크인 순환출자 해소 문제는 장기적 과제로 돌렸다.
 
삼성전자는 27일 1분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향후에도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없다”면서 잠정 보류가 아닌 전환 불가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을 포기함으로써 직면하게 될 순환출자 해소에 관해서는 “여러 계열사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장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과 시점을 찾아 전부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주사 전환 포기의 배경은 현실의 벽이다. 문재인, 안철수 등 유력 대선주자들이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을 공약으로 내건 상황에서 현실을 타개할 마땅한 출구가 사라졌다. 이 부회장도 구속돼 있어 부담을 무릅쓰고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사업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역량의 분산 등 부담만 부각된다고 이유를 댔다.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직면할 여러 문제들도 걸림돌로 제시했다. 우선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계열사의 보유 지분 정리 등이 필요한데, 이는 각 회사의 이사회와 주주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라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금산법과 보험업법에 따라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경우 현재 금융 계열사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일부 또는 전량 매각이 필요해 삼성전자 주가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꼽았다. 20대 국회 들어 지주회사 전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건의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라고 시인했다.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을 서두를 요인으로 지목됐던 자사주도 전량 소각하기로 함으로써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단행할 경우 자사주의 의결권 부활이 예상된 바, 이를 규제하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다수 발의돼 있는 상태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법안의 국회 통과 이전 인적분할 시도를 통해 자사주의 마법이 발휘될 것으로 예상했다. 3월 임시국회에서 정당간 이견으로 해당 법안이 법사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데다, 대선정국으로 국회가 휴장하면서 그 가능성은 커졌다. 하지만 삼성에 비판적인 여론과 이 부회장의 구속 등 현 실정을 고려하면 무리한 추진은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이 이사회 결의 후 완료까지 5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걸린다”며 “법 개정은 그 기간 동안 언제든지 시행 가능한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자사주는 보통주 1798만1686주와 우선주 322만9693주로, 전체 발행 주식수의 13.3%(보통주 12.9%, 우선주 15.9%)에 해당된다. 시가 40조원을 상회하는 천문학적 규모로, 삼성전자는 2회에 걸쳐 분할 소각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로 했다. 1회차로 이날 보통주 899만여주와 우선주 161만여주를 소각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으며, 잔여분은 내년 이사회 결의를 통해 소각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헤지펀드 엘리엇의 요구를 명분 삼아 지난해 11월29일 주주가치 제고 방안으로 배당 확대를 비롯해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대한민국을 뒤덮으면서 이 부회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뇌물 공여의 대가로 지목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지주회사 전환 준비 과정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목적이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상훈 삼성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 사장은 지난달 14일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 "그룹 이슈와 관계없이 주주들에게 약속한 사안"이라며 "차질 없이 검토하고 예정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해, 강행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이 사실상 어려워짐에 따라 삼성물산 주가가 폭락하는 등 주가 방어 차원의 발언으로 해석됐다. 같은 달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주회사 전환 등 사업구조 검토를 계속 진행하겠다”면서도 “다만, 부정적 영향이 존재해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사실상 후퇴 의사를 내비쳤다.
 
한편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장중 사상 최고가인 222만6000원을 찍으며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1분기 영업이익 9조9000억원의 실적 호조와 더불어 자사주 소각 발표가 호재로 작용했다.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인적분할 불확실성도 없어졌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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