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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향

행복하지 않은 영화 <행복 목욕탕>

2017-04-27 15:19

조회수 : 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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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노 료타 감독의 영화 <행복목욕탕> 포스터는 참 따뜻해 보인다. 적당히 몸의 온도를 높여주는 햇볕 아래 선 가족사진이다. 목욕탕이라는 단어만으로도 기분 좋은 나른함이 느껴지는데 행복이라는 단어까지 들어가 있다. 조금 과한 것도 같지만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포스터임은 분명하다. 게다가 오다기리 죠가 등장하니 영화를 봐야하는 이유는 충분했다. 그런데 상영시간인 125분 후 나의 기분은 행복하기는커녕 답답하고 화가 났다.


영화내용은 이렇다. 엄마인 후타바는 남편이 가출을 하자 함께 운영하던 행복 목욕탕을 닫고 빵집에서 일하며 딸 아즈미와 근근이 살아간다. 아이는 학교에서 이지메를 당하고 있고 사설탐정을 고용해 알아보니 남편은 어린 여자와 살림을 차렸다. 게다가 자신은 말기암에 걸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라면 남은 시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며 보낼 것이다. 후타바 역시 그랬다. 그녀는 가족을 모아 목욕탕을 다시 열길 바랐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혈연관계로 구성된 전통적 가족이 아닌 현대적인 가족상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행복 목욕탕을 운영하는 가족의 구성원은 평범하지 않다. 후타바와 남편, 알고 보니 의붓딸이었던 아즈미, 바람난 남편이 낳아온 또 다른 딸아이가 한 가족이다. 그들이 식탁에 한데모여 샤브샤브를 먹는 장면은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화목하고 행복한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가족은 후타바의 희생과 노력 없이는 존재가 불가능하다. 남편을 용서하고 자신이 낳지도 않은 아이들을 품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 일일까? 감독이 그려내는 엄마의 모습은 마치 성인군자처럼 느껴졌다. 남편 역을 오다기리 죠가 훌륭하게 소화해 내면서 전혀 밉살스럽지 않고 오히려 제멋대로인 면이 매력인 마냥 그려낸 점도 이런 말도 안 되는 가족이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인위적인 장치로 생각됐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들어낸 행복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예전에는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를 고민하곤 했었다. 친구들과 만든 독서모임 이름을 행복해지는 독서모임이라 짓고 이 모임의 구성원들만큼은 서로 의지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랐었다. 하지만 행복에 집착하고 억지로 행복한 척 할수록 피곤해지고 지쳐버려 행복과 멀어지는 게 느껴졌다. 후타바는 행복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그녀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녀의 인생이 칭찬받고 존경받아 마땅한 삶처럼 묘사되는 이야기도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다기리 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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