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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재무탐정의 자산관리)행동주의 헤지펀드 '큰 장' 서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급물살에 탄력…"기관투자자 인식 전환 우선돼야"

2017-05-0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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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내 일은 남들이 모르는 걸 아는 거야."(셜록 홈즈)
 
미스터리한 사건을 푸는데 천부적 재능을 가진 탐정 셜록이 있다면 여의도에는 재무 회계를 읽어주는 ‘맨발의 셜록’이 있습니다. ‘28년 증권맨’ 원강희 KTB투자증권 리스크관리실장(사진)입니다.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탐정 사고방식은 금융투자업계를 이해하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름했다고 합니다. 맨발은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의밉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재무탐정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그는 금융 관련 지식을 통찰력 담긴 ‘글발’로 풀어냅니다. 돈의 흐름을 쥐고 다루는 자본시장에 구구절절한 조언은 달지 않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격주로 여의도 셜록을 만나 탐정의 시각으로 자본시장을 들여다 봅니다.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행동주의(액티비스트) 헤지펀드. 국내에서도 지난해 라임자산운용이 첫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라임 데모크라시 제 1호'를 출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관련 펀드를 내놓고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설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증권사들 역시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초고액 자산가들이 많은 한 대형증권사 PB센터에서는 당장 내달 중순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설정한다는 방침입니다. 시장에서 이렇게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까닭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행동주의란 '주주행동주의'를 줄여서 표현한 말인데요. 주주가 수동적인 투자자가 아닌 실제 주인으로 행동하고 요구하자는 데서 비롯됐습니다. 일반적으로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은 상법상으로 회사에 일정한 요구를 할 수 있는 정도의 대량의 지분을 매수해 해당 기업의 주요주주가 된 뒤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씁니다. 이때 언론 플레이를 통하여 일반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더 큰 압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이들이 주로 요구하는 것은 배당의 확대나 자사주 매입, 혹은 기업 재무구조 개선이나 이사 선임건 등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현금을 쌓아 놓고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배당에 소홀하다고 가정해 봅니다. 이 회사가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유형자산과 운전자본의 합이 100억원 정도고, 이 정도 자산으로 매년 20억원씩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합시다. 빚이 없다고 가정할 때 이 회사의 ROE는 20%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매년 이익이 쌓여 5년 후에 이익 유보액이 100억원이 되었다고 가정합니다. 그러면 이 회사의 자기자본은 200억원이 될 것이고 이를 현금으로만 가지고 있다면 (현금에서 수익이 나지 않거나 거의 없다고 가정) 이 회사의 ROE는 이익은 여전히 20억원 근방일 것이므로 ROE가 10% 정도로 떨어질 것입니다. 이런 회사의 경우 더 이상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면 주주들에게 100억을 배당으로 주고 계속 ROE 20% 회사로 남아 있는 것이 주주들에게 더 이익이 됩니다. 주주들은 배당받은 100억원을 현금이 아닌 좀 더 효율적인 곳에 투자할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일부 기업들은 회사에 들어온 현금이 모두 대주주의 것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주들에게 배당은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식들이 또 다른 회사를 세우도록 해 그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회사의 부를 부당하게 이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는 전체 주주들에게 골고루 분배되어야 할 이익을 대주주가 개인적으로 횡령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이러한 부당한 일들이 가능한 것은 이를 저지할 나머지 주주들의 힘이 약하고, 기관 투자자들이 소액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하게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환경은 최근 주주들의 의식이 진화하고, 기관투자자가 재산을 맡긴 고객이나 연금 수익자의 편에서 투자 결정을 해야 한다는 스튜어드십 코드 등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주주 행동주의 헤지 펀드들이 보다 활기차게 움직일 수 있는 토양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확산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본격 발현하기 시작했고 올해는 경제민주화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시행 여건이 무르익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금융상품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여건이 조성됐다는 점에 공감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다른 헤지펀드에 비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합리적인 기반을 가졌습니다. 워런버핏의 스승인 벤자민 그레이엄도 사실상 주주 행동주의에 기반한 활동을 많이 했는데요. 주주 총회에 참석하여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했습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면 주주에게도 더 많은 이익을 돌려주고, 기업의 행동도 보다 합리적으로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재무적 성과 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투자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비재무적 성과를 낼 것으로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설립이 아직 초기 단계이고, 투자자들의 행동주의(액티비스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과, 펀드 결성 시 투자회사와의 소송 이슈 등이 생길 수 있어서 적극적인 시장확장이 어려운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활동은 불가피하게 피투자 회사와의 소송 등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다수의 동의를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사회적 명분을 얻기 위한 싸움도 전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삼성물산의 주식을 매수한 헤지펀드 엘리엇도 삼성과의 명분 싸움에서 밀린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따라서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활동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투자 분위기 조성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행동주의 투자에 대한 인식이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여러가지 오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실제로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무엇이든 과하면 독이 되는 것이겠지요. 기업은 미래의 큰 투자를 대비해서 자금을 축적하고 있는데, 이 자금을 무조건 배당으로 내놓으라고 하는 것도 장기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손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을 앞세우기 보다 당장 기업을 지배하고 있는 대주주나 경영진의 혹은 투자자들을 대신해 투자를 집행하는 기관투자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봅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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