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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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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나볏입니다.
(토마토칼럼)코스닥 순풍 계속되려면

2017-05-15 06:00

조회수 : 3,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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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에 모처럼 순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증시가 코스피 위주로 상승하면서 코스닥은 소외되는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제법 아쉬움을 떨쳐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면 코스닥은 연중 최고치를 다시 쓰면서 화답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도 대선이 마무리 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된 점과 더불어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져 코스닥 부양에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설치하고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벤처부로 승격한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른바 ‘J노믹스’로 대표되는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중소 및 벤처 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이면서 코스닥에도 긍정적 바람이 불고 있다.
 
증시 관점에서 보면, 코스닥 순풍이 건강한 방식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시장의 기대가 현실이 된다는 증거들이 계속해서 뒷받침돼야 한다. 사실 벤처라고 하면 자동반사처럼 함께 떠오르는 것이 2000년의 코스닥 상승과 버블이다. 코스닥에 상장만 됐다 하면 유망한 것처럼 여겨지던 그 당시를 지금과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여전히 몇몇 교훈들은 현재에도 적용할 만한 것들이다.
 
2000년은 인터넷이 이제 막 성장의 키워드로 떠오르기 시작했으나 관련 인프라의 성숙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시기였다. 하지만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대부분 인터넷 관련 산업의 발전단계를 구분하지 못했고 두루뭉술한 장밋빛 전망에만 귀를 기울였다. 지나친 낙관론과 투기심리, 그리고 신기술에 대한 정보 격차 등이 투자자들의 눈을 가렸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인공지능과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등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감이 일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발전한 IT 기술을 기반으로 벌어지는 혁신인 데다 특히 지난해 알파고 대국을 계기로 일반 대중에게도 관련 개념이 널리 시각적으로 재현되는 등 2000년과 분명 다른 점들이 있다. 다만 해외 선진국이 아닌 한국으로 눈을 돌려보면 아직까지 그 실체가 모호하다는 것이 문제다. 
 
가령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국가인 독일의 경우를 보면 인공지능을 통한 제조업의 스마트화와 같은 구체적인 키워드를 바탕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체제를 만들어 소비자에 대응하겠다든지 하는 식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그리는 중이다. 하지만 한국의 4차 산업혁명은 이제 걸음마 단계로, 아직 명확한 육성 철학이나 방향이 존재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간 투자 시기를 놓쳤던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새 정부가 비상한 관심을 두고 육성 의지를 밝히고 있는 점은 물론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와 별개로 주식시장의 투자자는 좀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유행하는 키워드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과거의 교훈을 기억할 때다. 신기술에 대한 지나친 낙관, 테마주의 범람 속에서 혹시나 투자자의 눈을 가리거나 코스닥 시장의 건전한 투심을 변질시키고 있는 기업은 없는지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투자자들이 관련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서 해당 기업에 대한 분석적 시각을 유지할 때 코스닥은 유의미한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 때 버블은 언제라도 생겨날 수 있다.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어쨌든 결국 성장성이 부각되는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코스닥에서도 제2의 구글,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이 탄생해 소비와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정부의 계획이 성공하려면 결국 디테일이 중요하다. 현실과 괴리된 하향식 지원보다는 업계의 의사수렴을 기반으로 한 세밀한 상향식 지원이 필요한 때다. 중소 및 벤처 기업 지원으로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다는 정부의 안이 여러 부처간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코스닥의 건전한 촉매제로 자리매김하길 바래본다.
 
김나볏 뉴스토마토 프라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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