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김영택

(피플)강대성 굿피플 상임이사 ”비영리 단체에서 희망을 본다”

"사명감에 기업가 정신을 더해 새로운 기부 프로그램 발굴"

2017-05-16 06:00

조회수 : 10,264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강대성 전 SK행복나래 고문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30여년간 몸담았던 SK그룹과 SK계열사를 떠나 지난 2011년 SK그룹의 MRO(소모성자재 구매대행) 사업법인인 ‘MRO코리아’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뜻을 받들어 영리회사인 MRO코리아를 우리나라 최대 사회적 기업인 ‘행복나래’로 전환했다. 성공적인 프로젝트 수행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무엇보다 그간 사회적 기업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새로운 ‘성장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의 공로는 높게 평가 받았다.
 
그런 그가 다시 지난 1월부터 국제개발 NGO ‘굿피플’ 상임이사로 취임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에서 NGO 단체로 자리를 옮겨 본인이 가진 ‘재능’과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그는 평소 대기업은 성공에 그치는 것이 아닌 사회 전체의 상생문화를 꽃피우는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져왔다. 소외된 이웃을 향해 사랑을 실천하고자 NGO 단체로 자리를 옮긴 그를 만나 인생 2막에 대해 들어봤다.
 
강대성 전 SK행복나래 대표가 올해 1월 NGO 단체인 굿피플 상임이사로 취임했다. 사진/김영택 기자
 
올초 NGO 단체인 ‘굿피플’의 상임이사로 취임했는데
 
지난 35년간 SK그룹에서 기업인으로, 또 행복나래라는 사회적 기업에서 대표이사를 맡아 일해왔다. 가만히 있으면 병이 나는 스타일이다. 성격상 무엇이든 하려고 한다. 지난해 행복나래 대표이사를 그만두고 사회적 협동조합 ‘SE바람’을 만들었고, <나는 착한 기업에서 희망을 본다>는 책도 집필했다. 박사 과정도 마쳤다.
 
우연한 계기를 통해 굿피플 회장으로부터 상임이사 제의를 받았다. 행복나래 대표이사를 맡았기 때문에 사회적 기업을 알게 됐고, 그러면서 NGO를 알게 됐다. 내가 가진 재능과 경험, 지식을 비영리 단체인 굿피플에서 활용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기업과 사회적기업, 비영리단체가 협업을 통해 사회적 발전을 위한 모델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어 굿피플행을 결심했다.
 
보통 오전 7시50분에 출근해 일과를 점검하고, 내부 구성원과 사례 개발을 위한 미팅으로 하루 업무를 시작한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외부에 홍보할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오후에는 협력이 가능한 파트너를 만나 다양한 제안을 한다. 간혹 퇴근 후에는 예비 창업자, 대학생, 은퇴자 등 사회적 기업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강의를 하면 늦은 밤 귀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굿피플은 어떤 NGO 단체인가
 
굿피플은 정직한 섬김의 실천을 통해 지구촌 희망건설에 앞장서는 국제구호개발 NGO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사회적 소외로 인해 가난과 질병, 재난 등의 생존 위험에 노출된 지구촌 이웃들의 현실을 알려 국경을 초월한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 현재 ▲소외지역 개발 ▲빈곤퇴치 ▲아동보호 ▲교육 ▲질병예방과 치료 ▲긴급구호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국제구호개발 NGO 굿피플은 필리핀 소수부족인 아이따족을 위해 지속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강대성 상임이사가 영양식을 배식하고 있다. 사진/굿피플
 
지난 1999년 ‘한국선한사마리아인회’가 창립됐고, 2007년 ‘사단법인 굿피플’로 법인 명칭이 변경됐다. 수많은 나눔사업과 의료지원, 캠페인 등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프리카로 희망 옷 보내기, 에콰도르·일본 지진피해 모금 캠페인, 베트남 아름다운 교실 개원식, 필리핀 사마르섬 통합재건복구사업 기공 등의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현재 굿피플에는 43명의 구성원이 근무하고 있다.
 
NGO단체가 추구해야할 지향점은
 
기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지속할 수 있기 위해선 돈을 벌어야 한다. 사회적 기업은 기업이기 때문에 수익을 내야 하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비영리 단체는 수익창출 모델이 없이 모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에서 더욱 힘든 점이 많다.
 
기업에 있다가 사회적 기업을 거쳐 비영리 단체에 와서 느낀 점은 구성원들이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일을 한다. 비영리 단체 구성원은 대단히 높은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지만, 대기업 구성원보다 도전정신이나 창의력, 기업가 정신 등이 부족하다고 느끼게 됐다. 비영리 조직의 특성 때문이다. 비영리 조직 구성원은 여타 조직에 비해 급여나 복리후생 등 경제적 측면에서 좋지 못하다.
 
내가 취임 후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구성원에게 ‘변화’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직원들의 반응이 좋았다. 이는 NGO 단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비전과 미션인데, 구성원이 다소 소극적이라는 점을 느꼈다. 물론 나만의 생각이고, 가치관의 차이일 수 있어 조심스럽다. 그래서 변화를 통해 구성원의 철학을 재정립하고, 이를 통해 후원자들에게 뭔가 색다른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후원자 역시 후원성격, 후원기간, 후원금 규모 등에 따라 나눠 좀더 세분화해 체계적인 후원 프로그램을 제안하려 노력하고 있다.
 
나눔 실천에 앞장서고 있는데, 어려운 점은
 
어려운 건 굿피플에 있는 구성원의 변화관리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서 창의적인 방법으로 미션을 수행하고, 기부자에게 보람을 느끼도록 노력하는 등 기부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는데, 그런 게 부족했다.
 
분명 외부 사람들을 만나 기부를 유도하는 게 어려운 건 맞다. 하지만, 의외로 얘기를 해보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이곳에 와서 알게 됐다. 그룹홈 관계자 워크숍을 위해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 등 지방 곳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매우 어려운 생활을 하는 분들이 선뜻 한달에 1만원씩 기부하는 것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은 바 있다. 기부는 돈이 많은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 계기가 됐다.
 
최근 ‘옥스팜 트레일워커’에 신청했는데
 
옥스팜 트레일워커에 신청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매우 좋은 프로그램이라 생각했다. 옥스팜은 영국 옥스퍼드에서 시작된 국제구호개발기구로 전세계 94개국에서 식수, 위생, 식량부족 해결 등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을 위해 가장 실용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을 제공해온 곳이다.
 
옥스팜 트레일워커는 100km를 4명이 한팀이 돼 38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도전 형식의 기부 프로젝트다. 지정된 시간 안에 100km를 완주하는 것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한계를 뛰어넘는 ‘나를 위한 도전’일뿐 아니라, 전세계 가난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가난을 극복하고, 생명을 살리는 도전’이다.
 
이달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간 열리는데, 남녀 4인 1조로 참가비는 팀당 40만원이다. 특히 기부펀딩 아이디어가 기발한데, 도전과 기부를 목적으로 팀당 최소 50만원 이상의 기부펀딩을 받아야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아무나 할 수 없어 도전의식을 고취할 수 있고, 기부까지 할 수 있다. 굿피플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통한 프로그램 개발로 기부자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은 게 작은 소망이다.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지난해 12월말 순복음교회 앞에서 성도들이 연말 모금운동을 했는데, 나이 드신 할머니께서 손주에게 줄 용돈을 뭉치로 기부하는 걸 본적이 있다. 모두 1000원짜리 지폐였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행복의 가치를 알게 해주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굿피플과 코이카, 아시아나그룹이 함께 기업협력사업의 일환으로 베트남에서 '아름다운교실' 3기 입학식을 개최했다. 사진/굿피플
 
지난 3월에는 아프리카 케냐의 가장 낙후된 사막지역인 ‘투르카나’라는 곳을 다녀왔다. 타들어 가는 케냐는 극심한 가뭄 속 물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케냐뿐 아니라 아프리카는 수자원(급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새벽 4시부터 일어나 짧게는 4km, 멀게는 20km를 걸어 물을 찾아 헤맨다.
 
굿피플은 이곳에 식수개선을 위해 우물을 개발해줬다. 현지인들은 환호했다. 현장을 방문할 때 갑자기 염소때가 나타나 머리를 들이 밀었다. 우물 인근에 고인 물을 먹지 않고, 펌프에서 나오는 물만 먹으려 했다. 하지만 아프리카인들은 함지박에 물을 받아 염소에게 나눠주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사는 삶’을 깨닫게 됐다. 아프리카인들은 어렵게 살지만, 그 안에서 인간과 동물이 공생하면서 행복을 찾으려 했다. 또 얼굴 표정 등 진정 어린 감사 표시를 보면서 감동 받았다. 아프리카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희귀난치성질환아동돕기 기부마라톤대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아직 굿피플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지난해 10월 은총이 철인3종 경기에 참석하면서 참가비 약 7350만원이 기부되는 행사를 보고 나서 굿피플도 이런 행사를 기획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희귀난치성질환아동돕기 기부마라톤대회를 준비 중이다.
 
6월3일 한강시민공원 뚝섬지구 수변무대에서 개최되는데, 10km, 5km, 5km 걷기 행사로 준비됐다.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쉽게 신청해 본인의 건강도 챙기고, 기부도 할 수 있는 좋은 행사다. 네파, 광동제약, 필립스, CJ제일제당 등 일반 영리기업과 쉐어 엔 케어, 빅워크, 지쿱, 한국 사회적기업 연구원 등 사회적 기업들이 도움을 줬다.
 
기부의 대중화를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기부를 통해 현금과 물품을 모금 받고, 이를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비영리 단체의 중요한 두 축이라 생각한다. 클라이언트는 많은데, 기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령 하이마트 전국 매장이 100여곳이 있는데, 한 곳에서 월 3만원을 기부하면서 아프리카 어린이 100여명을 보살피고 있는 것은 좋은 사례다.
 
이처럼 개인보다 단체나 조직을 대상으로 색다른 제안을 해볼 필요가 있다. 일반인들에 대한 인하우스 컨설팅 팀을 만들어 길거리 모금도 하고, 기업이나 사회적기업과 얼라이언스(동맹)를 맺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다.
  
같은 비영리 조직과 협업하는 사례도 마련 중이다. 또 사회공동모금처럼 1억원 이상 기부자들에게 로열티를 주는 방법처럼 굿피플 고액 기부자 클럽을 운영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굿피플 내에서 고액 기부자 모임을 만들어 색다른 가치를 제공하려고 한다. 실제로 굿피플은 아시아나항공, 코이카와 함께 베트남 여성 취업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벌써 3기까지 총 360여명이 졸업했다. 성공적인 협업 모델이라고 본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 김영택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