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최한영

(피플)기동민 "문 대통령, 떠날 때 박수받는 첫 대통령 될 것"

"유세 첫날부터 '지난 대선 때와 다른 것 같다'생각"…문 대통령, 이슈 주도성 강해

2017-05-22 06:00

조회수 : 3,821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올해 들어서만 대한민국 주요 인사 세 명을 보좌하는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인 그는 지난 1월 말까지 박원순 서울시장을 보필했다. 박 시장의 대선불출마 선언 후에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안희정 충남지사 캠프에 합류, 비서실장을 맡았다. 당 내 경선 후에는 문재인 당시 후보의 수행실장을 맡아 선거 당일까지 바로 옆을 지켰다. 선거운동 기간 중 후보의 식사모습, 개표방송을 지켜보는 뒷모습 등을 자신의 SNS에 올릴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후보가 거리 유세를 할 때마다 단상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허리춤을 잡고 있는 모습도 수시로 카메라에 잡혔다.
 
기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대통령과 1대1로 대면한 적이 없는 나를 수행실장에 임명하는 것을 보고 당을 통합·융합해야 한다는 간절함과 절박함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대통령을 수행하면서 이전에는 몰랐던 단호함과 현안을 주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에게 바라는 한 가지를 묻는 질문에는 “소통과 협치하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지난 1년 간 자신의 의정활동 점수를 묻자 그는 “후하게 주면 80점, 박하게 줘도 낙제점은 아니다”고 답했다. 국회의원이 된 후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왔다고 자평한 그는 “남은 3년 간은 ‘기동민’ 하면 떠오르는 정책 아젠다를 발굴·세팅하는데 집중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 5일 부산 중구 남포동에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운데)가 거리유세 중인 모습. 기동민 의원이 문 후보가 단상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허리를 잡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당시 후보의 수행실장은 어떻게 맡게 된 것인지
 
경기도 안산 세월호 3주기 기억식에 참석하고 있던 4월16일, 임종석 당시 후보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받았다. 사실은 내게 수행실장을 요청하려 한다는 말을 전화받기 2,3일 전부터 듣기는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나
 
수행실장은 후보가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취침하기 전까지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야 한다. 익숙한 사람이 아니면 시키기 어려운 자리다. 이전까지 대통령과 특별히 1대1 대면을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아무리 통합·화합이 중요하다고 해도 가능하겠냐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자리를 만들어 나를 임명하는 것을 보고 대통령의 간절함과 절박함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내게는 통합 의지를 나타내는 시그널로 들렸다.
 
유세 현장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면
 
대통령 자신도 공식 유세 첫 날부터 “지난번과는 다른 것 같다”는 말을 하더라. 18대 대선 마지막 날 느꼈던 열기가, 첫 날 서울 광화문광장 유세 때부터 감지가 됐다. 지금도 이해를 못하겠는데, 전국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모인 숫자도 신기록이었다. 속으로 ‘이 열기의 이유가 뭘까. 모인 사람들이 내비치는 간절함, 갈구하는 눈빛의 이유가 뭘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대통령을 수행하며 평소에 몰랐던 새로운 모습을 본 것이 있다면
 
당 내 경선 과정에서는, 상대 진영(안희정 지사 캠프)에서 바라봐서 그런지 약간 답답해보였다. 똑 부러지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런데 합류해서 보니 생각이 굉장히 정제되어 있고, 모든 현안과 국가적 아젠다가 잘 정리되어 있었다. 경선 기간에는 후배들과 경쟁했고, 압도적 1위를 기록하다 보니 뭔가를 선명하게 규정하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 어려운 처지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선 첫 번째 TV토론을 하는 것을 보고 나는 모든 걱정을 내려놨다.
 
이번 ‘송민순 회고록’ 문제와 몇 가지 현안을 대처할 때 보니 대통령의 자기중심성과 주도성이 강했다. 회고록 문제의 경우, 당 내 여러 의견이 있었는데 “이번 일의 실체적 본질은 제2의 NLL 사건이다. 추호의 타협이 있어서는 안된다.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지를 생각해라.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해라”고 단호하게 지시하더라. 고집이 아닌, 현안에 대한 분명한 자기 확신과 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노하우를 갖고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열흘 때인데, 5년 내에 ‘이것 하나만은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있다면
 
소통과 협치가 시대철학이다. 두 가지 없이는 단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것이 지금 상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국민과, 국민을 대표하는 야당과 소통하기를 바란다. 대통령 자신의 말씀처럼 “빈손으로 들어가서 국민의 사랑만 가득 안고 나오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분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원칙과 상식, 통합의 대통령.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라고 본다. 처음 마음을 잊지 않고, 권위는 있되 권위주의는 지양한다면 국민들에게 박수받는 대통령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소통의 대상이 야당과 국민은 물론이고 여당도 포함되나
 
기본이다. 나아가 여당 내 통합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번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캠프를 고집하지 않고,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민주당 정부”라고 말했듯이 당의 의사를 존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도 욕심내면 안된다. 마치 권력의 자리를 배분하거나 지분을 요구하는 듯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비치는 것은 문재인 정부를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권력을 놓고 논공행상 하는 듯한 이미지를 보이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민주당에도 집단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청와대 인선을 보면 박원순 시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등용되고 시스템도 서울시와 유사하다는 말이 나온다
 
‘박원순 사람을 발탁했다’고 하는 것은 일면만 보는 것이다. 10여년 간 중앙권력에 접근하지 못한 가운데, 박 시장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유능하게 일했던 사람들을 발탁해 서울시정에 1차적으로 참여시켰다. 박 시장 본인이 갖고 있는 소통의 협치의 시정철학을 그 분들의 노하우와 접목시켜서 훨씬 나은 인재들을 발굴해낸 것이다. 그런 분들이 김수현 사회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하승창 사회혁신수석 등이다.
서울시에서 제안한 정책이 80여개 된다고 하던데, 그 중 37개를 국정아젠다로 선택했다. 서울시로 대표되는 자치분권의 시대철학을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이다.
 
지근거리에서 본 박 시장과 안 지사의 모습은
 
박 시장은 소통과 협치의 창시자다. 박 시장이 재선에 나설 당시 “소통과 협치가 정답이다”는 문건을 만들었을 때 당 내에서조차 의문을 표시했지만 그 중요성이 지금 확인·검증되고 있지 않은가. 박 시장이 시민운동 분야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경험했던 분이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 대단히 꼼꼼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안 지사는 대한민국 50대 세대교체 선두주자라고 생각한다. 아직 젊은 나이이지만 풍부한 도정경험을 통해 7년 연속 도정평가 1위를 유지하고 있고 도정지지도가 80%에 육박하는 것은 엄청난 자산이다. 정치를 이해하고 정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몇 안되는 젊은 지도자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기동민 의원은 지난 1년 간의 의정활동 점수를 "후하게 주면 80점, 박하게 줘도 낙제점은 아니다"고 자평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신건 기자
 
20대 국회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났다. 스스로의 의정활동 점수를 준다면
 
후하게 주면 80점. 박하게 줘도 낙제점은 아니다. 거의 하루도 거의 쉬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일했다. 지역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상임위 활동도 시민사회와 당 원내대표, 국회의장이 주는 3개 모두 받는 등 열심히 했다. 당 원내대변인으로 있을 때는 야당의 존재감을 각인했으며 대선 과정에서도 대통령 후보를 수행하는 일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남은 의정활동의 목표는
 
국회 등원 후 ‘기동민’ 하면 떠오르는 정책아젠다를 세팅하는 데는 부족했다. 올해부터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 당직을 맡는 등 중앙당에서의 역할보다는 상임위 활동 등을 통해 남은 3년 간 집중해야 할 정책아젠다를 발굴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또한 욕심을 내보고 싶은 것은, 김근태 의장이 과거 강조했던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법·제도적 근거와 분위기를 마련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우리사회 성장동력은 두 가지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남북관계를 회복해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경제협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침체된 한국경제의 활로로 삼아야 한다. 두 번째는 내부동력을 극대화하는 것인데, 그것은 사회적대타협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기업과 노동자, 시민사회가 큰 틀에서 국가아젠다를 놓고, 일자리와 재벌의 사회적 성격 규정 등을 놓고 타협을 해나가야 한다. 국회 차원에서 분위기를 만들고 제도적 보완을 통해 사회적 대타협의 큰 물줄기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제일 해보고 싶은 일이다.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성공한 대통령을 국민들이 가졌으면 좋겠다.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은 8년을 재임하고 나서도 57%의 국민으로부터 지지와 박수를 받았다. 이는 거의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지지와 동의를 보내주는 과정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서가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신건 기자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 최한영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