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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담배 스트레스 풀릴까…흡연의 잘못된 상식

스트레스 오히려 증가…순한 담배 위해성 차이 없어

2017-05-24 06:00

조회수 : 7,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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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건강을 위해서 금연을 시도하는 흡연자가 적잖다. 금연에 실패하거나 시도조차 하지 않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대개 흡연에 관한 잘못된 오해가 성공적인 금연에 걸림돌이 되곤 한다. 이대목동병원의 도움말로 흡연에 대한 오해를 알아보고 금연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알아본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6~2016년) 서울 시민 흡연율은 27.5%에서 19.9%로 감소했다. 지난해 흡연자 중 지난 1년 간 금연을 시도한 적 있는 사람은 47.1%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금연을 지속하기 어려웠던 이유로는 '스트레스'가 55.3%로 가장 높았다. 이어 '흡연 습관'이 30.4%, '금단 증세'가 9.0% 순이었다.
 
흡연을 하면 스트레스가 감소된다고 믿지만, 담배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니코틴은 흡연 시 7초 이내에 뇌에 도달해 쾌감이 드는 도파민 분비를 활성화시켜, 순간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느낌을 들게 한다. 단 이러한 효과는 20~40분 후 사라진다.
 
니코틴을 갑자기 중단하면 금단 증상과 함께 흡연 충동이 동시에 발생한다. 이로 인해 니코틴 수치가 감소하게 되면 금단 증상으로 불안과 스트레스 정도가 높아지게 되고 흡연자들은 다시 담배를 찾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흡연자들은 스트레스 인지 정도가 비흡연자에 비해 1.9배 이상 높고, 2주 이상의 지속된 우울 상태와 자살 생각도 각각 1.7배, 2.0배 많아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금연 실패의 또 다른 주요인은 '흡연 습관'이다. 이는 담배의 니코틴이나 타르 성분이 얼마나 습관성 중독을 일으키는지를 방증한다. 흡연자 중에는 몸에 순하다는 담배나 전자 담배, 향이 첨가된 담배를 피우면 몸에 덜 해롭고 중독성도 적어 금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종종 있지만, 이 또한 큰 오해다.
 
순한 담배를 피우게 되면 니코틴 보충을 위해 더 깊이, 더 많이 담배 연기를 빨아들일 수 있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 타르가 적은 담배가 판매돼도 연간 폐암 사망률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전자 담배에 들어 있는 니코틴, 포름알데히드 등 특정 발암 물질이 기화를 통해 최대 19배 함량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 전자 담배 또한 금연 대체재로 고려되기는 어렵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가향 담배가 향 중독성이 강해 일반 담배보다 더 위험하고 끊기도 훨씬 어렵다고 경고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오랜 시간 피운 담배를 단번에 끊기란 쉽지 않아, 금연 시작 후 첫 1주일은 흡연 충동이 심하게 나타나는 시기"라며 "흡연은 단순한 습관이 아닌 중독성 질환으로 본인의 의지만으로 금연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성공적인 금연을 위해서는 반드시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금연 약물 치료가 건강보험이 지원되면서 흡연자는 누구나 보건소를 비롯한 병의원에서 의료비 부담 없이 금연 전문 의료진에게 약물 치료와 상담을 통해 효과적인 금연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니코틴 중독이 심해 외래를 통한 치료만으로 금연이 어려운 중증 흡연자는 병원의 입원 캠프 프로그램을 통해 효과적인 금연에 도움이 된다.
 
여성 흡연자의 경우 체중 증가를 걱정해 금연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니코틴은 식욕을 억제하고 체내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작용을 해, 금연을 하면 흡연할 때와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에너지를 덜 소비하게 돼 몸무게가 늘어나곤 한다. 또한 금단 증상을 보상하기 위해 과자나 사탕을 즐기고, 식욕이 커져 음식을 이전보다 많이 섭취하게 되면 체중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금연을 하면 평균 2-3kg 정도 체중이 늘어나는데, 한 달 정도 지나면 식욕도 원래 상태로 돌아오고 운동 능력도 향상돼 금연 뒤 운동을 하면 살이 빠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몸무게를 핑계로 흡연을 지속하면 체중은 유지될지 몰라도 폐암을 비롯해 심장 질환, 뇌졸중, 성인병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져 건강 손실이 보다 크다.
 
일부 고령자는 흡연 기간이 길었던 탓에 금연을 처음부터 포기하곤 한다. 국내 남성 폐암의 90%는 흡연에 의한 것이다. 흡연은 방광암, 췌장암, 인·후두암, 자궁경부암, 식도암 등 각종 암의 발생에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금연을 하고 10년만 지나도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10% 이하로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또한 비흡연 남성이 암으로 사망할 위험도보다 흡연 남성이 암으로 사망할 위험도가 폐암이 4.6배, 후두암이 6.5배, 식도암이 3.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천은미 교수는 "금연에 성공하려면 최소 3개월 이상 의료진과의 치료가 필요하고, 이후 1년 이상 금연 유지를 지속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금연 계획을 위해서는 흡연량을 서서히 줄이기보다는 한 번에 끊고, 껌이나 은단 복용, 산책 등 흡연을 대체할 만한 습관을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담배 구매 비용을 아껴 스스로를 보상해 주거나 함께 금연할 친구나 조력자를 만들어 금연 성공 선물을 주는 등 적극적으로 주변인의 도움을 청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흡연을 하면 스트레스가 감소된다고 믿지만, 담배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금연을 하면 살이 찐다고 생각하는 것도 대표적인 오해다. 일시적으로 몸무게가 늘어지만 대개 한 달 후면 체중이 회복된다. 건강을 생각하며 순한 담배를 찾는 것도 마찬가지다. 타르 농도에 따른 암 사망률은 일반담배와 큰 차이가 없다.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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