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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수퍼 "살고 싶다…대기업에 칼 뽑아달라"

수퍼마켓협동조합, 동네슈퍼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의무휴업일제 확대 시행 요구

2017-05-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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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2000년대 초반부터 이마트와 코트스코, 이케아와 롯데아울렛까지. 대형마트의 입점을 막기 위해 길거리로 나와 싸워봤지만 단 한군데도 뜻대로 막아보지 못했다. 허탈하고 맥이 빠진다. 시한부 인생인 골목상권이 이제 제대로된 의사를 만나 처방전을 받아 하루라도 더 살고 싶다"
 
박재철 광명수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은 23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 규탄대회'에서 "십수년간의 대기업의 침탈로 광명시의 수퍼마켓이 17년만에 480개에서 280여개로 50% 가량 줄었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광명시에는 이마트광명소하점과 코스트코 광명점을 비롯해 롯데슈퍼4곳, GS 수퍼2곳, 홈플러스익스프레스 7곳, 이마트메트로광명점 1곳, 이마트에브리데이 1곳 등 총 17개의 대규모 점포와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케아가 자리하고 있다. 광명수퍼마켓협동조합에 따르면 이케아 입점 후 주변 상권 매출은 기존보다 55%이상 감소했으며 월평 균 매출액이 200~500만원 사이에 해당하는 중소업체 중 80%가 넘는 중소상인이 매출 하락으로 신음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광명시의 상황이 전국의 수퍼마켓 상황과 다를 바 없다"면서 "정부의 규제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강갑봉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신세계 이마트, 현대, 롯데 등 대기업이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성을 팽개치고 전방위적으로 골목상권의 침탈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을 규탄하며 동네슈퍼를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롯데와 신세계 이마트 같은 유통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이 전국적으로 500여개(지난해 말 기준)가 넘어서면서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의 유통상인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3년 당시 동네수퍼는 15만여개에 이르렀지만 지난해 연말 기준 전국의 동네수퍼는 4만5000여개로 줄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의 대형마트는 경기 지역이 144 개 점포(28.8%)로 가장 많았고, 서울은 85곳(15.8%), 부산 43곳(8%)순으로 집계됐다. 그 중에서도 신세계이마트는 156개로 수도권 내에서 가장 많은 점포가 출점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SSM( Super SuperMarket·기업형 수퍼마켓)은 롯데수퍼 388개, 하나로마트 2038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422개, GS 수퍼마켓 258개, 이마트 에브리데이 162개 등 약 1만 여개에 달했다. 편의점으로는 CU편의점이 9604개, GS25 편의점 9529개, 세븐일레븐 8556개, 위드미는 1765개의 점포가 출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특히 신세계이마트에 대해 원망을 쏟아냈다. 노양기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신세계이마트는 이마트 하나만으로 부족해 트레이더스, 프리미엄아울렛, 노브랜드, 이마트에브리데이, 위드미 등으로 무장하며 골목자체를 없애버리고 흔적조차 남기고 싶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골목상권과 동네수퍼는 더는 버틸힘이 없다"며 "우리를 향해 깊숙이 찌르고 있는 '대기업의 칼'을 제발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신세계이마트의 '노브랜드' 확대 계획에 대해서도 이들은 경계했다. 신세계는 오는 2020년까지 '노브랜드 전문점'을 100개까지 늘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수퍼마켓협동조합 관계자는 "노브랜드의 건전지와 물티슈, 감자칩 등 히트상품은 동네 수퍼마켓 등에서 주로 판매하고 있는 품목으로, 현재 많은 동네 수퍼마켓 등은 노브랜드와 가격경쟁에서 도저히 버틸 수 없어 존폐 위기에 이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브랜드는 이마트가 제조업체와 아웃소싱을 통해 만든 PB(Private Brand)상품으로 시중 제품보다 60~70% 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퍼마켓연합회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 저지를 위해 ▲출점 점포의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 ▲주변 상권에 대한 사전영향평가제 도입▲동네수퍼를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의무휴업일제 확대 시행 등을 요구했다. 강 회장은 "최근 복합 아울렛 출점에 박차를 가하고 노브랜드샵 , 각종 편의점 출점 등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대기업 계열의 유통사들은 출점을 즉각 중지하고 당장 골목에서 떠나라"며 "대기업 계열의 대형 유통사를 비롯한 골목상권을 고사시키는 대기업을 규탄가히 위해 단체행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23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전국의 수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들과 동네 수퍼 점주 등이 참가한 가운데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 규탄대회’를 열었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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