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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핫 파이낸스)'안 가본 길'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 속도내나

글로벌 행동주의 투자 확대 기대감…"PER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

2017-05-2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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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새 정부 출범 이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금융투자업계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의무화가 최대 당면현안인 만큼 과연 얼마나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던 국민연금까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적극 나서면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확대 작업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기 위한 자율지침을 말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결정함에 따라 제도 도입은 급물살을 탈 것이란 시각이 많다. 국민연금 이후 다른 연기금과 공제회의 연쇄적 가입이 예상되고 투자일임 형태로 자금을 집행하는 하위 운용기관도 대부분 조건 충족을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국민연금은 지난 2일 스튜어드십 코드와 관련한 연구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10월 그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시에서 102조원 가량의 자금을 운용 중이며 753개사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국민연금기금이 자본시장에서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일본과 같이 정책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를 장려할 경우 다른 공적 연기금과 각종 공제회 참여에 영향은 불가피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는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와 주주친화적인 경영문화 정착을 가속화한다. 기업 지속가능성을 개선해 지배구조로부터 발생하는 디스카운트 요소를 축소시킴으로써 주식시장 발전에도 긍정적”이라며 “국민연금을 비롯한 다양한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를 장려해 기업 효율성과 자본시장 성숙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투자자의 상당한 유인효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기업 지배구조에 기반해 중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해외투자자 성향을 감안한 것이다. 특히 이미 우리보다 먼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영국과 일본, 대만 등에서 목격한 제도의 효과는 이를 입증한다. 영국의 경우 2010년 당시 주주의 무관심으로 경영진의 잘못된 위험관리를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고 이후 3년 영국의 고배당주 지수는 29% 상승세를 보였다. 환경(E)과 사회(S), 지배구조(G) 평가를 통해 구성되는 지수인 ESG지수는 12개월 예상PER 15.7배로 영국지수(12.4배) 대비 평균 42% 할증, 상대적으로 높은 주가 프리미엄을 형성하게 됐다.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일본 공적연금(GPIF)는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를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214개 일본 내 주요 기관투자자가 가입했고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개선, 주주환원정책에서 상당 부분 성과를 이룬 것으로 평가 받는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적완화와 재정정책이 가미된 것이긴 하지만 일본 기업의 주주환원정책 강화에 시장은 환호했고 니케이 지수는 2014년 1월 1만4000 수준에서 1년 만에 2만 수준으로 급등했다”며 “일본 선행 사례를 고려하면 한국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코리아 바이’의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대만은 디스카운트 돼 있던 지주회사들이 지난해 6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함께 최근 주가수익비율(PER)이 빠르게 재평가되고 있어 주목된다. 대만 3대 지주회사의 가권지수 상대PER은 작년 74% 수준에서 올 들어 96% 수준으로 올라왔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아시아 기업은 기업 내 가족경영과 정부 소유 비중이 높아 기업가치평가에 있어 디스카운트 요소로 작용해 왔는데 최근 말레이시아, 홍콩, 대만, 싱가폴, 한국 등 아시아 내 제도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며 “행동주의 투자펀드의 타깃이 되고 있는 아시아 기업 증가로 능동적 형태의 투자가 확산되고 아시아 전반의 투자매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행동주의 펀드에 타깃이 되고 있는 아시아 기업 수는 2014년 21개에서 이듬해인 2015년 32개로 52% 증가했다. 행동주의 투자는 지배구조가 좋지 않거나 경영상 비효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투자 일정 수준의 의결권을 확보해 사업전략 변화나 구조조정, 지배구조개선, 배당 등을 유도해 기업가치를 높여 수익을 올리는 투자 행태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강화는 장기적으로 PER 선순환의 결과를 낳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 코스피 매출 대비 잉여현금흐름(FCF) 비중은 4.5%로 사상 최고치를 재차 경신한 상황이다. 이재만 연구원은 “재벌 개혁을 중심으로 한 경제민주화 정책 실행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한 강한 의지는 PER 재평가의 발판”이라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증시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소하고 감시 기능 강화는 자본효율성을 확대해 PER 크기를 키울 것”으로 내다봤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얻어지는 지주회사 자체 지배구조 개선은 자회사로 둔 여러 상장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기관투자자들이 관여활동을 가장 많이 할 분야는 배당확대,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로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삼성그룹(삼성물산(000830), 삼성에스디에스(018260)), 현대차그룹(현대모비스(012330), 현대차(005380)), SK그룹(SK(003600)), LG그룹(LG(003550)), 롯데그룹(롯데쇼핑(023530)), 한화그룹(한화(000880)), 두산그룹(두산(000150)), 한진그룹(한진칼(180640)), CJ그룹(CJ(001040)), LS그룹(LS(006260)), 코오롱그룹(코오롱(002020)) 등을 지배구조 개선 관련 지주회사 투자 유망주로 제시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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