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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훈

구의역 참사 1주기 “부디 천국에서는 위험에 내몰리지 마”

시민 400여명 참석한 가운데 구의역 앞에서 추모문화제 열려

2017-05-2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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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구의역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27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 앞은 김군(19)을 추모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5월28일 PSD 외주용역 직원이었던 김군은 홀로 고장 난 안전문(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중 열차에 치어 숨졌다.  
 
당시 경찰이 확인한 김군의 가방에서는 각종 공구들과 함께 뜯지도 않은 컵라면이 발견됐고, 특히, 사고 발생 다음날이 김군의 19번째 생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이날 구의역 1번 출구 앞에서는 스크린도어 사고 1주기를 맞아 추모 문화제 ‘너를 기억해’가 진행됐다. 문화제에는 전국공공운수노조와 청년유니온 등을 비롯해 주최측 추산 시민 400여명(경찰 추산 500명)이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다 함께 생명안전업무의 외주화 금지, 질 좋은 청년일자리 창출 등을 촉구했다. 
 
김군의 동료이기도 했던 박창수(29)씨는 추모편지를 통해 “천국에서는 빨리빨리 수리하고 이동하라고 재촉하고, 다음달에 계약 만료라고 나가라고 하지 않겠지”라며 “부디 그곳에서는 위험에서 내몰리지 말고 배 굶지 말고, 영원한 행복의 세계가 되기를 기도할게”라고 김군을 추모했다. 
 
그러면서 “너의 희생으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중인데, 처음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어가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구나”면서 “너의 못 이룬 꿈을 우리 모두가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의역 참사 이후 서울시는 안전 관련 업무 담당자들의 처우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정규직인 아닌 비정규직 신분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을 뿐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지하철에서 안전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재신씨는 “구의역 사고 이후 중규직이란 새로운 고용형태가 등장했고, 진급도 직급도 없다”며 “업무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며, 임금과 작업환경, 노동강도에서 비정규직과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서울메트로는 지난 7개월간 조금만 기다리면 나아질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노동특별시’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차별을 시정하고 업무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노사정대표자협의체에서 서울지하철 통합 이후 안전업무직의 처우개선을 시행하기로 합의한만큼 미흡한 부분은 올해 안에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참석자들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생명안전선언’을 함께 낭독하기도 했다. 선언문에는 ▲안전하게 살 수 있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는 법률로 보장 ▲정시운행보다 생명안전 중시 ▲노동자 권리보장 등이 포함됐다. 
 
추모제 이후 시민들은 미리 준비한 국화꽃을 들고, 김군이 숨진 구의역 9-4 승강장으로 이동해 차례대로 헌화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28일 오전 구의역을 찾아 김군을 추모했다. 이후 박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구의역 9-4 승강장은 저에게도 가장 뼈아픈 곳이고, 평생의 좌표”라며 “수많은 김군들의 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7일 오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1주기 추모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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