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박주용

rukaoa@etomato.com

꾸미지 않은 뉴스를 보여드리겠습니다.
1996년 현대유니콘스의 추억

2017-05-30 17:33

조회수 : 2,828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최근 방정리를 하다가 우연히 현대유니콘스의 로고가 박힌 어린이회원 카드(사진)를 찾았다. 나는 1996년에 현대유니콘스 어린이회원에 가입했다. 당시 백운역 앞에 있는 현대백화점에서 어머니의 손을 잡고 줄을 서면서 회원 등록을 기다렸다. 당시 어린이회원에 가입하면 현대유니콘스의 어린이회원임을 증명하는 카드와 유니폼, 유니콘스의 이니셜인 'U'자가 새겨진 모자, 글러브와 파란색의 알루미늄 배트를 줬다. 나는 가끔 초등학교에서 소풍을 갈 때 유니폼과 모자를 쓰고 갔던 기억이 난다.
 
당시 현대는 1996년에 창단한 신생 프로야구팀으로서 박재홍, 박진만 등의 대형 신인 타자들의 활약과 정민태, 정명원 등 투수진의 뒷받침으로 준우승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태평양돌핀스의 해체에 아쉬워했던 인천팬들은 현대의 호성적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고, 정이 들기 시작했다. 1998년에서는 인천팀 창단 첫 우승을 하며 ‘인천팀=현대’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하지만 현대와 인천팬의 인연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현재는 1999년 시즌을 마치고 수원으로 연고지를 옮겼다. 정식 등록된 연고지는 아니지만 2000년부터 수원구장에서 경기를 치렀다.
 
인천야구팬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당시 14살이었던 나에게도 충격이었다. 당시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갈 시기에 있던 나는 현대의 도주를 넋놓고 바라봐야 했다. 그 이후로 한동안 야구를 보지 않았고, 2007년에 ‘SK와이번스’라는 인천의 새로운 야구팀이 들어오게 됐다. 하지만 인천팬들에게 SK는 자신의 팀으로 인식되기 어려웠다. 창단한지 얼마 안됐을 뿐만 아니라 수원에 여전히 전 인천팀인 현대가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SK는 창단 7년만인 2007년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서 인천팬들의 우승 갈증을 해소시켜줬다. 이때부터 인천팬들은 SK를 비로소 본인의 팀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다.
 
정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호남인들은 항상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과 갈증에 시달렸다.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선택했던 것은 이제 민주당으로는 안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짐작된다.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못하니 국민의당을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는 민주당에 대한 애증의 감정의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내가 현대와 SK라는 팀을 놓고 7년간 방황한 것처럼 말이다. 2007년 이후 10년뒤 민주당은 민주정부 3기를 이뤄내며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호남인들의 정권교체 열망을 현실화시켜준 것이다.
 
민주당을 바라보는 호남인들의 시선은 또다시 달라졌다. 호남인 자신들의 열망을 이뤄준 정당이자, 앞으로 계속 지지를 보낼만한 정당으로 민주당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대탕평 인사 기조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는 호남 인사를 중용했다. 마치 SK가 인천팬들의 지지를 다지기 위해 김경기와 박진만 등 인천 출신 야구선수들을 영입한 것처럼 말이다. 이는 팬들로부터 지속적인 응원과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하지만 팬심이라는 것은 야구나 정치나 똑같은 것 같다.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지속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지지자들로부터 외면받지 않는다. 야구는 1년간 치르는 144경기로, 정치는 5년간의 행정·입법 활동으로 평가 받는게 다를 뿐이다.  
 
1996년도 현대유니콘스 어린이회원 카드.
 
  • 박주용

꾸미지 않은 뉴스를 보여드리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