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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밴드, 유랑하기)③17살적 꿈 다들 기억하나요, 랄라스윗(1)

2017-06-07 16:53

조회수 :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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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유랑하기: 그동안 소외돼 왔거나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던 밴드와 그들의 음악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음악 영상을 기반으로 그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시간을 마련해 볼 계획입니다. 유랑자의 마음으로 밴드들을 여기저기 살펴주셨으면. 부디 우리나라도 음악적 토양이 풍성해질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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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숨죽이던 내가 마주한/난 너무 변해 타인과 같아 이런 낯설음/차가운 시선 끝에 내몰려 무너진/빛바랜 시간 빛바랜 기억 빛바랜 꿈들” <‘나의 낡은 오렌지 나무’>


노란 나비가 날개를 파닥이는 영상을 뒤로 하고 두 여대생이 연주하며 노래한다. 잔잔한 기타 선율과 피아노 멜로디에 그들은 꿈을 잃어왔다는 이야기를 살포시 얹는다. 아련히 지난날을 회상하는 향기에 취한 관중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과거를 떠올린다. 그때 화면 위에 흐르는 그들의 곡 소개 글. “17살의 나와 지금의 내가 꿈에서 마주치게 됐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곡입니다.” 관중들은 박수를 치며 공감의 표시를 건넨다.


김현아(보컬, 기타)와 박별(건반)으로 구성된 2인조 밴드 랄라스윗. 2008년 전북대학교에서 열렸던 ‘MBC 대학가요제’에서 그들은 그렇게 ‘진심을 빚은 노래’를 불렀다. 애잔했고 순수했으며 시적이었다. 누구나 어느 시점에 겪을 청춘의 열병이었고 누구나 경험했을 치열한 방황의 흔적이었다. 온전히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듯 했지만 사실 그건 우리 모두의 이야기기도 했다.


훗날 그들이 학창시절 불렀던 그 곡은 2010년 발매되는 첫 EP앨범 ‘랄라스윗’의 방향성과 연결된다. 앨범 전체에서 지난날의 후회와 미련 등의 감정과 사색들을 풀어내는데 하나 같이 일상적인 이야기들이라 쉽게 공감이 된다.


“애꿎은 방 안 벽지 꽃송이를/ 하나 둘 세다보면 밝아오는/ 아침은 내게 너무 낯설게도 느껴져/ 하루를 시작한 저 발소리도” (꽃 내리는 불면의 밤)




“단 한번의 맘조차 / 너를 향한 것들은 / 언제나 거짓이 아닌 적 없었다고 / 지나버린 후에야 돌아본 날들/ 진심이라 믿었던 시간들을 / 더 이상 숨길 수가 없던 나는/ 이제야 눈을 뜨고 바라본다” (후일담)




네이버 온스테이지에서 찍은 두 영상은 그들의 민낯을 그대로 투영한다. 처음 도입부에 들어가는 그들의 웃음소리, 낙원상가에서 악기를 튕기며 노는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이 음악적 진솔함과 잘 어울린다.


두 사람이 랄라스윗으로 활동을 시작한 건 2008년부터 이지만 사실 그들이 처음 만난 것은 2002년이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둘은 한 음악학원에서 만났고 서로의 음악 취향을 이야기하며 친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즐겨 듣던 음악은 쇼킹하게도 린킨파크나 림프비즈킷 등의 핌프록 계열. 대체로 사근사근하고 말랑말랑한 음악을 하고 있는 지금의 그들에 비추어 보면 그런 음악 속에서 헤드벵잉을 하고 있을, 그녀들의 모습이 상상이 가진 않는다.


p.s ‘랄라스윗’이란 명칭은 2007년 두 멤버가 함께 인도로 여행을 갔을 때 들른 한 디저트 가게 이름이다. 그곳에서 먹은 디저트가 맛있어서 가게 이름을 메모해뒀다가 팀 이름으로 지었다 한다. 특별한 의미는 없으나 예쁘고 발음하기 좋아 쉽게 기억될 수 있을 거라는 게 그들의 생각이라는데 어느 정도 그렇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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