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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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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국방장관

2017-06-0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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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고 누락사건과 관련, 한민구 국방장관이 청와대 조사를 받았다. 청와대는 지난 5월31일, 사드 4기가 사전 보고 없이 배치된 것에 대해 국방부가 고의로 보고를 누락했다고 판단, 한민구 장관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을 조사했다.


 
국방장관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국무위원으로, 국방에 관한 군정과 군령 등의 군사 사무를 관장하는 직책이다. 군령은 '군사상의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며, 군정은 '평시 편제와 인사권 등에 관한 권한'이다. 현역 1순위인 합참의장이 군령권만 가지고, 각 군 넘버 1인 참모총장이 군정권만 가지는 데 반해 국방장관은 이 모두를 담당한다. 따라서 형식상으로 보면 국방장관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뜻에 따라 각군의 작전과 행정을 모두 지휘할 수 있다. 국방장관은 현역 신분이 아닌 사람이 임명되지만, 군사정권의 잔재와 '국방은 군 출신이 더 잘 안다'는 인식 탓에 초대부터 현재까지 대부분 전역한 장군 출신이 국방장관을 역임했다. 몇 명 예외가 있다면, 3대 이기붕, 6대 김용우, 9대 현석호, 10대 권중돈 전 장관이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 수립 후 다소 어수선한 시기에 장관으로 임명됐으며, 당시는 아직 우리나라 국방체계와 장교 양성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사실상 시스템이 갖춰진 3공화국 이래로 국방장관은 어김없이 장성 출신이 도맡았다.


 
한민구 장관은 박근혜정부에서 임명된 인물로,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개각 대상이었다. 애초부터 문재인정부의 국방정책과 노선이 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사드 배치는 이전 정부 때부터 추진하던 것이며,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선후보 시절 사드 배치에 대해 명확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따라서 한민구 장관은 지난 정권에서 하던 지침에 따라 일을 처리했을 수 있다. 하지만 보고 자체를 누락한 것에 대한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 군대는 그야말로 '보고에서 시작해 보고로 끝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초급장교 시절 가장 많이 들었던 말도 "보고해야 할지 말지 헷갈리는 것은 무조건 보고부터 하고 생각해라"였다. 군 생활을 40년 가까이 한민구 장관이나 김관진 실장이 이를 몰랐을 리 만무하다.


 
주요 부문에서 적폐청산과 개혁을 노리는 문재인정부 입장에서는 한민구 장관을 통해 국방개혁을 추진할 계기를 잡은 셈이다. 국방개혁은 장성, 장교, 부사관, 용사에 이르기까지 손을 안 댈 곳이 없고, 육·해·공군 모두 문제가 없는 곳이 없지만 무엇보다 국방부 개혁이 가장 큰 과제다. 김기춘과 우병우를 계기로 검찰 개혁이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검찰의 상명하복 문화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높다. 하지만 군대의 서열문화는 그 못지않다. 오히려 검찰은 출신이 다양하다. 서울대 법대가 주요 인맥이지만 다른 대학 출신도 있고 최근에는 로스쿨을 통해 검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군은 오직 장교가 되는 경로가 딱 사관학교, 3사(육군), 학군, 학사, 간부사관 이렇게 정해져 있다. 이 5가지 출신 안에서 서로 경쟁하고 밀어주고 당겨준다. 물론 사관학교가 절대적이다. 3사와 학군, 학사, 간부사관의 진급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영관급과 장성급에서는 여전히 사관학교의 벽이 높다. 역대 국방장관의 목록만 봐도 사관학교 출신이 90%다. 윤석열 서울지검장이 '충격'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기수를 뛰어넘어 지검장이 됐지만, 군에서도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국방개혁을 국방부에만 초점을 맞추고 본다면 '육방부'라고 불릴 정도로 육군에 편향된 인사도 개혁해야 한다. 44명의 역대 국방장관 중 군 출신이 40명인데, 이 가운데 육군 출신이 33명이나 된다. 한국군이 북한이라는 지상의 적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작전개념이 지상군 중심일 수밖에 없고 국방장관도 육군 출신을 임명하는 것이겠지만 육군에 편향된 인사는 곧 '국군=사관학교 동문회, 국방부=육사 동문회'의 꼴만 만들어준다. 사드 보고 누락의 주역인 한민구 장관과 김관진 실장 모두 육사 31기, 28기로 같이 학교를 다녔던 동문들이다. 이들을 비롯해서 국방부 내 육사 동문들끼리 '짬짜미'를 해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통수'를 때리려고 했다면, 그야말로 '국정농단'이다. 이명박정부 시절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합참에서도 이런 방법으로 폭침 시간을 조작, 대통령에 허위보고한 일이 있었다. 당시 합참 작전라인이 보직해임 등 상당한 질책을 받았지만, 이번 사드 보고 누락을 보면 당시 행태에서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국방개혁의 또다른 관건은 장관의 임기 보장이다. 우리나라 국방장관은 초대 이범석 장관이 1948년 임명된 이래 44명을 거쳤다. 평균 1년을 조금 넘겼다. 반면 미국은 1947년 첫 국방장관을 임명한 후 트럼프정부에서 제임스 매티스 장관까지 26명을 임명했다. 국방장관이 장성의 말년 영전코스가 되고, 임기마저 짧은 데다 군 통수권자가 국방장관을 이용해 특정 군 인맥을 통제하려고 한다면 국방개혁의 길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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