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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향

미래가 자살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웹툰 여중생A를 읽고...

2017-06-14 17:38

조회수 :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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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대상으로 기사를 쓸 일이 있어서 몇 번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은 친구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중학생들은 친한 친구를 더 만들고 싶어 했고, 고등학교 3학년인 학생은 공부에 방해되지 않도록 친구들과 다투지 않으려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친구 관계에 연연하지 않게 되어서 좋다고 털어놨습니다.


10대뿐만 아니라 30대에 접어든 지금도 관계에 대한 고민은 정말 끊임없고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땐 친구가 나를 떠나 갈까봐 걱정됐다면 지금은 혼자 있는 게 너무 편해져 영영 혼자가 될까봐 무서워졌습니다. 고민의 결이 조금 달라졌습니다만 웹툰 <여중생A>를 보면서 친구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상처받고 행복해하던 그 때가 떠올랐습니다.


여중생A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학교에 친구가 없는 미래는 집에서 온라인 게임을 하며 만난 팀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관계에 대한 욕구를 해소합니다. 미래가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과 관계 맺는 걸 힘들어 하는 이유는 미래의 마음에 있습니다. 시시때때로 술을 사오라고 화를 내고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와 아무 힘도 없는 엄마와 함께 살다보니 미래는 스스로 덜된 인간’, ‘비정상이라 생각하며 자신만의 세계로 숨어버렸습니다.


웹툰 작가 56’<여중생A>를 통해 자존감을 말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자존감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말이죠. 부정적인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로 자존감이 떨어진 미래가 후반부로 갈수록 웃기도 하고 자신의 미래를 생각할 정도로 자존감을 회복한 것은 새로 사귄 친구들 덕분입니다. 관심사를 함께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면서 정상인이 되어갑니다.


이 웹툰이 작년에 올해의 만화상을 받고 좋은 평점을 받은 이유는 미래의 상황에 공감 가는 이가 많기 때문일 겁니다. 친구와의 관계, 부모와의 관계로 힘들었던 사람이라면 미래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건수는 자그마치 29천 여 건. 읽는 내내 주변에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는 수많은 미래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해 줄 수 있을지 고민되면서 이 아이들을 여중생A로 위로해준 허56 작가가 부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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