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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기업 심층분석)이랜드, 지주회사 체계로 개편 속내는

이랜드월드 순수지주사로…수직적 계열구조, 수평적으로 개편

2017-06-1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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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형석 기자] 이랜드가 기존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를 순수 지주사로 개편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계획이다. 이랜드 측은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지주체계 개편을 서두른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진행 중인 자회사 이랜드리테일의 투자 흥행 목적과 함께 정부의 대기업 지주체계 정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2일 IB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는 다음달 이랜드리테일의 프리IPO 딜 클로징(대금 납입)을 시작으로 수평적 지주체계 전환을 시작한다. 이어 현재 사업형 지주사인 이랜드월드를 순수 지주사로 개편하기 위해 이랜드월드가 보유한 패션사업도 순차적으로 계열분리를 진행한다.
 
이번 지주체계 개편은 이랜드월드의 손자회사인 이랜드파크를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것이 골자다. 켄싱턴호텔을 비롯한 이랜드의 호텔&레저 산업을 주관하고 있는 이랜드파크는 현재 이랜드리테일의 자회사로 편입돼 있다. 이랜드리테일 역시 이랜드의 지주회사격인 이랜드월드의 자회사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랜드리테일을 상장하게 되면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가 손자회사인 이랜드파크의 자산을 매각하거나 집중투자하는데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계열사마다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공격적인 그룹내 개편을 추진하기 위해 지주체계를 개편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기업 지주체계 개편 방안이 이랜드의 발빠른 수평적 지주체계 전환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재벌개혁을 위해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의무보유비율을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현행 상장사 20%·비상장사 40%로 규정된 의무보유비율을 10%포인트씩 올리는 방향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 지분율이 현재보다 10%포인트씩만 높아져도 대기업이 핵심 계열사를 자회사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 단위의 자금이 필요하다.
 
김상조 공정위원회 후보자도 지난달 청문회에서 지주회사의 자회사, 손자회사 지분율 요건 강화에 대한 질문에 "현행 지주회사 제도는 규제가 느슨해 경제력 집중 수단으로 이용되거나 소수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대기업의 규제 강화에 대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랜드리테일의 상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리테일의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알짜 사업을 이랜드리테일에 떼어주고 나머지 사업은 수평적인 계열사 구조로 개편해 지주사가 사업을 총괄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최근 이랜드월드가 보유하던 아동복 사업을 양수했다. 이랜드월드가 보유한 아동복 사업은 로엠걸즈·유솔·코코리따 등 총 9개 브랜드를 통해 연간 24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알짜사업이다.
 
현재 7개의 아동PB를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은 이번 사업 양수로 연간 4000억원가량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지난해 아동복 매출(약 1500억원)의 두 배 이상이다.
 
한 학계 전문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한 대기업의 지주회사 구조 개편을 김 공정위 후보자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 공약이 추진되면 지분율 강화를 포함해 대기업이 손자회사를 거느리는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는 만큼, 대기업 입장에서는 지주체계 개편에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랜드의 경우 최근 몇년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주체계 개편을 시도해왔던 만큼, 빠르게 수평적 지주체계로 정비하면서 정부에게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는 동시에 사업개편을 할 수 있는 시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랜드 관계자는 "이미 2년 전부터 지주회사 체계 정비를 추진해 왔다"며 "투명한 경영구조로 개편하는 것은 현 정부의 정책과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이랜드그룹이 이랜드월드를 순수자회사로 변경하는 지주회사체계 개편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지난 9일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이랜드리테일 정성관 대표(오른쪽)와 MBK파트너스 김광일 대표가 모던하우스를 7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하는 영업양수도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이랜드리테일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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