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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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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 다음은? 현대차·한화·신세계·하림 '사정권'

신세계, 내부거래율 증가 10대그룹 1위…하림, 일감몰아주기에 편법증여까지…현대차·한화도 아킬레스건 노출

2017-06-2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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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부영을 위장 계열사 미기재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하면서, 재계에서는 다음 타깃이 누가 될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김상조 위원장이 "대기업의 내부자료를 분석 중이며, 위법 사항이 있으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공언한 터라 곧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부영 사례에서 보듯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대주주 일가의 사익 편취를 누렸던 기업들이 1차 대상이다. 재벌개혁의 신호탄이다.
 
1983년 설립된 부영은 올해 재계 15위까지 오를 정도로 급성장을 거듭했다. 명문가인 금호아시아나와 효성보다 재계 순위가 높다. 성장의 이면에는 위장 계열사를 통한 총수의 사익 편취 의혹이 있었다. 재계는 부영처럼 2000년대 들어 급성장한 신세계와 하림, 일감몰아주기 혐의가 짙은 현대차와 한화 등이 공정위 사정권에 올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세계는 1997년 삼성에서 계열 분리된 후 20년 만인 올해 사상 처음으로 재계 10위권에 진입했다. 롯데와 더불어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공룡으로 자랐다. 큰 폭의 성장률만큼이나 내부거래도 급증했다. 21일 <뉴스토마토>가 2009년부터 2016년까지 10대그룹의 내부거래율 증감을 확인한 결과, 신세계는 5.7%에서 11.8%로 2배 이상 늘었다. 10대그룹 가운데 가장 큰 폭이다. 특히 신세계는 지난해 신세계건설과 이마트 등 7개의 상장 계열사가 총 94회의 이사회를 열어 논의한 167개 안건 중 내부거래로 추정되는 '주요 주주 및 관계자 거래' 건이 37.7%(63건)나 돼, 30대그룹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또 2012년과 2015년, 올해 3월 공정위가 적발한 3건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 역시 계열사 부당지원과 이명희 회장의 차명 주식자료 허위 제출 등으로, 이번에 부영이 적발된 것과 내용이 같다.
 
닭고기 전문기업인 하림은 창사 6년 만인 올해 재계 29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5년에는 STX 계열사였던 팬오션까지 인수하며 외형 확대에 치중하고 있지만, 총수 일가의 편법증여와 일감몰아주기 의혹으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하다. 하림의 김홍국 회장은 지난 2012년 당시 20살이던 외아들 준영씨에게 계열사인 '올품'을 증여했다. 당시 매출이 858억원이었던 이 회사는 합병 등을 통해 규모를 키워 지난해에는 매출 4160억원을 기록, 4년 만에 매출이 384.8% 뛰어올랐다. 그룹 차원의 일감몰아주기를 의심케 하는 대목으로, 실제로 올품은 지난해 매출의 20.6%가 내부거래에서 나왔다.
 
특히 하림의 지주사인 제일홀딩스의 주주 현황을 보면 김 회장이 41.78%의 지분을 보유, 최대주주인 가운데 한국썸벧(37.14%)과 올품(7.46%) 순이다. 준영씨는 한국썸벧과 올품의 지분을 100% 보유, 표면상 부친보다 더 많은 44.6%를 확보하면서 25살에 자산 10조5050억원, 계열사 58개의 하림을 지배하게 됐다. 더구나 준영씨는 올품을 넘겨받으며 100억원의 증여세를 납부했는데, 김 회장은 지난해 1월 올품의 유상감자를 실시해 100억원 확보의 길을 열어줬다. 아들이 낸 증여세를 그대로 복원시켜줬다는 지적이다. 
 
이러다 보니 정치권도 하림을 언급하며 재벌개혁을 요청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8일 "25살 아들에게 그룹을 물려준 하림은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고 강조, 공정위가 하림을 조사할 명분은 더 늘어났다.
 
10대그룹은 경제력 집중 심화 등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지목한 재벌개혁 대상이다. 이중에서도 현대차와 한화가 특히 긴장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내부거래액이 30조3000억원으로 30대그룹 가운데 최다 액수를 기록했다. 그룹의 내부거래율은 17.8%이며, 내부거래율이 50%를 넘는 계열사도 20곳이나 된다. 현대오토에버와 글로비스, 이노션의 내부거래율은 각각 82.8%, 67.0%, 54.4%에 달한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53개 계열사 중 내부거래 규제 대상이 현대머티리얼과 현대커머셜 2곳 밖에 없다. 정몽구 회장 부자가 지난 2015년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총수일가 지분 30%) 강화에 착수하자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등의 지분을 처분, 지분율을 29.9%로 절묘하게 맞추면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현대차는 이런 방법으로 2014년까지 12곳이었던 규제 대상을 2곳으로 대폭 줄였다. 김상조 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상장사 규제 기준인 지분율 30%를 피하려고 29.9%로 맞추는 편법을 쓰는 곳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 바 았다. 공정위가 다시 20%로 기준 강화를 추진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정 회장 부자의 움직임도 빨라지게 됐다.
 
한화는 한화S&C가 내부거래의 아킬레스건이다. 지난해 한화S&C는 매출의 67.6%를 내부거래로 벌어들였다. 2012년 46.3%에서 크게 뛰어오른 것으로, 같은 시기 그룹의 내부거래율이 23.5%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내부거래가 두드러진다. 특히 한화S&C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을 100% 보유한 비상장 법인이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지분 50%를, 둘째와 셋째가 각각 25%씩 들고 있다. 특히 공정위 자료를 보면, 한화S&C는 한화에너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으며,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주)한화의 지분도 2.2%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경영권 승계의 기반 마련을 위해 한화S&C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사진/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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