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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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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정의가 설 자리

2017-06-21 14:56

조회수 : 2,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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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한 고교생과 대학생 3명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범행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공유하는 등 죄질이 극히 나쁨에도 느슨한 판결에 사회적 비판이 거세다. 법의 처벌을 피해간 피의자를 피해자의 부모가 처절하게 응징하는 영화가 떠오른다. 사회 정의가 구현되지 않으면서 다수의 사회적 약자들은 분노한다.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는 피의자가 19세 미만인 소년범들이었고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점을 들어 선처했다. 10대에게 투표권을 주자는 여론은 '충분히 성숙한 사고를 할 수 있는 만큼 그만한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자'고 하지만, 이럴 땐 다시 미성숙으로 돌아간다. 그보다 더 눈길이 가는 대목은 합의 여부다. 합의의 결과가 무처벌로 이어진다면 합의서에 도장을 찍을 부모는 없을 것이다. 결국 합의로 풀려난다는 것은 '돈이면 다 해결된다'는 가치관의 혼란을 낳는다. 때문에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불신과 양극화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든다.
 
지난해 상반기 삼성이 제시한 삼성생명 금융지주 전환 방안을 검토한 금융위원회는 고민에 빠졌다. 삼성의 계획은 유보금 3조원을 신설 지주회사의 자산으로 이전하고, 비금융계열사 매각 기한을 7년까지 늘리는 것이었다. 금산법 이행 권고시 비금융계열사 지분 7조원가량의 매각이 필요한데, 지주법의 해석에 따라 매각 기한을 늘려 금액도 대폭 줄일 수 있다. 문제는 그 사이 유배당 계약자에 대한 배당이 증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은 법을 최대한 유리하게 해석해 회사 또는 지배주주에게 최상의 결과를 만드는 전략을 세웠다. 경제적 관점에서만 보면 지주 전환 비용을 최적화하는 완벽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금융위는 소수 주주나 유배당 계약자에게 피해가 생길 것을 걱정했다.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적지 않을 것이 당연했다. 금융위는 불가하다고 했지만 삼성은 원안대로 추진할 것을 재차 요청했다. 과정의 문제는 차차 해결하자는 식이었다.
 
이 계획은 실행되지 않아 삼성이 어떤 방법으로 논란을 해결하려 했을지 현재로서는 추측만 가능하다. 분명한 것은 그런 원색적인 방안이 내부에서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위의 충고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의 집단지성에 정의가 설 자리는 없었다. 삼성의 계획을 검토했던 금융위 관계자는 '삼성처럼 큰 회사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씁쓸함을 느꼈다고 한다.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기조에 대해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굉장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한 시장 관계자는 "해외 기관투자가들을 만나보니 달라진 한국 분위기에 고무돼 있었다"며 "지배구조가 투명해지면 투자자들은 투자환경도 좋아질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또 "그 혜택은 주주나 근로자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이것만 잘 돼도 돈 많은 사람만 봐주는 검찰의 개혁도 필요가 없어진다"고 기대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비대칭 정보 해결에 지불하는 비용 때문에 현금배당을 보다 많이 하는 기업을 선호한다. 현금배당 정책으로 내부에 유보된 이익잉여금이 비효율적으로 유용될 위험이 적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등 주주환원정책이 확대되는 추세에 따라 최근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보유 현금이 많은 SK이노베이션이나 SK텔레콤, 케어젠, 동양고속, 보광산업, 쌍용양회 등이 신규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시장이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사회도 곧 변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어본다.
 
산업1부 재계팀장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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