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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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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관성에 빠진 가전업계

2017-06-25 10:52

조회수 : 3,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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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외국 업체들은 타사의 히트상품을 모방해 제품을 만드는 것을 치욕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시류에 편승에 남의 제품을 모방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최근 만난 한 중소가전업체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해외에서는 남을 따라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 독창적인 제품이 출현한지 수십년이 지나도 모방제품이 출현하는 일은 드물고 몇개 업체를 손에 꼽을 정도다. 수십년간 해외 유수 전시회를 다니며 해외 가전 트렌드를 몸소 익혀온 그는 한국 문화가 기업 고유의 특수성과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며 안타까워했다.
 
특정제품이 출시되고 입소문이 나면 너도나도 뛰어들어 시장의 파이를 조금이라도 나눠먹으려는 업체들이 생겨난다. 창의적인 기술이 장착된 제품을 가져다 뜯어 분해해보고, 현행법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이를 모방하고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관행이 이미 자리 잡은지 오래다. 시류에 편승하는 것이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는 정상적인 기업활동으로 변질되버렸다.
 
해외에서 수십년간 사랑 받아온 가전제품들은 제품 출시 주기가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편이다. 신제품을 출시하고 적어도 2~3년은 지나야 다음 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획기적인 기술 변화가 없는 한 해마다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제품 사용 후기를 참고하고 피드백 등 거쳐 개선사항을 충분히 수렴하고 평가해 제품에 반영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에서는 신제품이 너무도 자주 출시된다. 주로 연도를 붙여 2016년형, 2017년형 이라는 이름으로 해마다 신제품을 출시한다. 소비자들은 기업의 신제품 출시 주기에 익숙해져 매년마다, 계절이 바뀔때마다 신제품을 찾곤한다. 하지만 신제품이 진짜 '신제품'인 경우도 드물다. 전년도 제품과 다르게 획기적인 기술이 적용된 제품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약간의 기능과 디자인이 업그레이드된 것이 전부다. 그러면서 가격은 10% 이상 올라간다. 이 때문에 별다른 이유 없이 신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해당 제품 카테고리의 가격대가 전년에 비해 전체적으로 상승하는 웃지못할 현상도 생겨난다. 인터넷에서는 전년도 제품이 할인된 가격으로 쏟아진다.
 
기업의 신제품 출시가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적인 이익 창출을 위해 이용되는 꼴이다. 별다른 고민과 철학 없이 찍어내는 제품과 서비스로 단기간에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제품의 주기와 수명이 짧아져 소비자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 나아가 기업의 영속적인 경영활동을 담보할 수 없을 뿐아니라 국가경쟁력까지 좀먹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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