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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1인 미디어)경비실에 에어컨 설치하면 '수명단축'?(경향)

2017-06-27 10:14

조회수 :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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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검색하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어서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는 경향신문에서 27일자 기사 내용입니다. 
 
 
 
[경향신문] “O단지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를 반대합시다.”
 
이달 중순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 우편함에 이 같이 쓴 전단이 무작위로 꽂혔다. ‘추진자 일동’ 명의로 된 이 전단은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자는 제안과 함께 그에 대한 다섯가지 이유를 내걸었다.
 
“첫째, 매달 관리비가 죽을 때까지 올라갑니다. 둘째, 공기가 오염됩니다. 셋째, 공기가 오염되면 수명 단축됩니다. 넷째, 지구가 뜨거워지면 짜증이 나서 주민화합이 되지 않고 직원과 주민화합 관계도 파괴됩니다. 다섯째, ○단지보다 큰 아파트도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이 전단을 본 주민들과 경비노동자들은 한숨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대체 경비실 에어컨을 두고 이 아파트 단지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동안 이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벽걸이 선풍기 하나로 여름을 났다고 한다. 올해도 여름이 찾아왔고, 일단 6월엔 그럭저럭 버틸만 했다. 무더위가 찾아오는 7~8월이 문제였다.
 
지난달 경비노동자들은 직접 주민들에게 경비실 에어컨 설치에 관한 ‘동의서’를 받았다. 에어컨 구입·설치 비용과 전기비를 입주민이 부담해야하는 만큼 주민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주자대표회의 입장에 따른 것이었다. 경비노동자들은 자신의 복지를 위해 스스로 나서야했다. 에어컨 설치를 찬성하는 주민들은 각 경비실에 마련된 문서에 원을 그려넣는 방식으로 의사를 표시했다.
 
순탄치만은 않은 과정이었다. 이를 두고 단지 내에선 여러 말이 오갔다. “20년이나 에어컨 없이 지냈는데 이제 와서 그러냐” “우리 집에도 에어컨 없어요~”.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사진
 
26일 만난 한 경비노동자는 “그렇지만 주민들 대부분은 ‘고생을 많이 하시는데 한여름 시원하게 보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70%가 넘는 주민들이 찬성했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이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안이 통과돼 에어컨을 설치하는 걸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에어컨 설치 반대 전단이 붙은 건 이 때쯤이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에어컨 설치가 결정된 이후였지만 이 전단이 가가호호 전달됐다.
 
하지만 다수의 입주민들이 이에 항의했다. 한 입주민은 실명을 밝힌 반박글을 단지 내에 게시하기도 했다. “여러분, 말 같지도 않은 이유들로 인간임을 포기하지 마십시오”라고 시작하는 이 반박글은 아파트 현관에 붙었다.
 
네이버 카페 사진
 
그는 이 글에서 “경비아저씨들도 누군가의 남편이고,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한 명의 소중한 인간입니다. 그늘 하나 없는 주차장 한 가운데 덩그러니 있는 경비실에 지금까지 에어컨 한 대 없었다는 것이 저는 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썼다.
 
이어 “공기 오염이 걱정되신다면 댁에서 하루 종일 켜두시는 선풍기를 끄시고, 수명 단축이 걱정되신다면 중랑구민체육센터에서 운동을 하시고,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이 걱정이 되시면 일요일마다 있는 분리수거 시간을 잘 지켜서 하나하나 철저하게 하십시오”라고 했다.
 
현재 입주자대표회의는 에어컨 설치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고 한다. 7월이면 1600여세대, 16동을 책임지는 모든 경비실에 에어컨이 설치된다. 대다수 주민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반대 시선도 여전하다.
 
단지 내 벤치에서 만난 주민 박모씨(70)는 “경제가 바닥이고 이곳이 서민아파트이기 때문에 선풍기마저 아껴야 할 상황”이라며 “우리집에도 에어컨이 없어 이렇게 나와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모씨(36)는 “전기세가 영원히 오를 것이고 환경오염이 된다는 반대 전단에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어떤 취지로 전단을 돌렸는지 모르겠다”며 “더운데 고생하시는 경비아저씨들을 위해 꼭 에어컨이 설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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