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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장 인선 지연에 초대형 증권사 '눈치작전'

대형 증권사, 초대형 IB 인가 신청 보류…강성 금융수장 선임시 대주주 적격성 강화 우려

2017-06-2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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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재홍기자] 대형 증권사들이 금융위원장 인선이 마무리 되지 않자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신청을 미루는 모양새다. 신임 금융위원장 성향에 따라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자기자본 규모 4조원 이상인 대형 증권사 5곳 모두 금융위원회에 초대형 IB 인가신청 서류를 접수하지 않았다.
 
금융위는 당초 6월까지 초대형 IB 인가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 상황으로는 이르면 9월말, 늦으면 연내 인가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이 아직 인가 신청을 하지 않고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는 이유는 대주주 자격 요건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증권사는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면서 “인가 과정에서 이 문제로 탈락할 확률은 낮다고 보지만 현 상황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올해초만 해도 해당 증권사들은 당국의 초대형 IB 육성의지를 감안해 무난하게 요건을 통과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경제민주화가 강조되는데다가 금융위원장 인사가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초대형 IB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증권사들은 특히 강성 인사가 금융위원장이 될 경우 심사과정에서 대주주 적격성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해 자칫 탈락할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인가 심사기준은 ‘대주주가 건전한 재무상태와 사회적 신용을 갖춰야 한다’고만 규정돼있어 금융당국의 해석이 인가 여부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자살보험금 지연 지급으로 기관경고 조치를 받은 바 있고, 미래에셋대우는 과거 대우증권이 일임형 CMA 이자수익 일부를 투자자에게 돌려주기 않고 부당하게 챙긴 혐의로 기관경고 조치를 받았다.
 
또한 한국투자증권은 대주주인 한국금융지주의 자회사 코너스톤 에퀴티파트너스가 2015년초 채무지급 불능 사유로 파산했고, KB증권은 과거 현대증권이 2009~2012년 불법 자전거래로 1개월 영업정지 조치를 받아 대주주 적격성 리스크가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원장 공백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금융당국이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다”면서 “보통 인가과정에 2~3개월이 소요되는데, 증권사들이 지금 인가 신청을 해도 8~9월에 끝나고 실질적인 영업은 그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금융위원장 후보군에 10여명 가량 거론됐는데, 이 중 개혁성향이 강한 인사가 임명된다면 대주주 적격성 사안이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금융위원장 공백으로 인해 증권사들이 초대형 IB에 준비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 5곳 모두 초대형 IB 관련 부서를 신설하면서 인가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초대형 IB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향성을 알 수가 없어 향후 위원장 인선과 세부 사안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금융위원장 인선이 지연되면서 대형 증권사들이 초대형 IB 인가와 관련해 당국의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사진/뉴시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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