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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choibh@etomato.com

최병호 기자입니다.
30대그룹 SI 계열사, 내부거래 58%

현대차, 그룹별 내부거래 비중 1위…"총수일가 사익편취 통로로 악용"

2017-06-2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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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재벌 계열사 중 시스템통합(SI)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5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T 계열사는 정보시스템 관리 수요 증가로 자금 확보가 쉽고, 내부거래를 하더라도 기업 보안유지와 효율성 추구라는 명분을 댈 수 있어, 재벌이 지배권 강화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28일 CEO스코어가 30대그룹(공정자산 기준)의 계열사 내부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삼성과 현대차 등 18개 그룹 50개 SI 계열사의 내부거래액은 지난해 기준 13조1686억원으로 총 매출 22조7838억원의 57.8%로 나타났다. 그룹별로 보면 현대차의 내부거래 비중이 89.4%로, 조사대상 가운데 가장 높았다. OCI와 KT, 롯데 역시 내부거래 비중이 각각 85.3%, 84.5%. 82.6%로 80%를 상회했다. 이어 GS(78.8%), 신세계(78.6%), 한진(73.4%), 포스코(72.9%), 삼성(71.6%), 한화(60.4%) 순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
 
기업별로는 신세계 소속 신세계페이먼츠와 삼성 오픈핸즈의 내부거래 비중이 100%였고, KT DS(95.4%), 삼성 미라콤아이앤씨(93.4%), 롯데정보통신(93.1%), 현대오토에버(89.4%), 삼성SDS(87.8%), GS ITM(78.8%), 신세계I&C(76.1%), 포스코ICT(72.9%), 아시아나IDT(59.5%), LG CNS(57.0%) 등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로 꼽혔다.
 
재계는 SI 계열사로 내부거래가 쏠린 것은 업종 특성에서 비롯됐다고 해명한다. 계열사가 늘어나고 그룹 규모가 커짐에 따라 전산망 등 시스템이 방대해지자 시스템 통합관리를 위해 SI 계열사를 둔 것뿐인데, 일감몰아주기로 인식되는 게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불가피한 내부거래라기보다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와 지배구조 확보 목적이 더욱 크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총수일가가 주요 SI 계열사 지분의 상당 부분을 보유, 내부거래 수익이 총수의 사익으로 전용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삼성SDS는 이건희 회장과 일가, 특수관계인 주식을 모두 더한 동일인 측 지분이 56.75%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 삼성SDS의 내부거래 비중은 87.8%로 2006년 65.2%에 비해 10년 새 34.7%나 늘었다. 오픈핸즈와 미라콤아이앤씨 등도 이 회장 동일인 측 지분이 각각 100%, 90.31%에 달한다. 현대오토에버 역시 정의선 부회장 동일인 측이 90.32%의 지분을 들고 있고, OCI정보통신과 롯데정보통신, 신세계페이먼츠, 두산의 디알에이 등은 총수 동일인 측 지분이 100%다. LG CNS, GS ITM 역시 이런 지분이 각각 84.4%, 80.6%다.
 
30대그룹의 SI 계열사는 2006년 30곳에서 10년 만에 50곳으로 66.7% 늘어난 가운데 그룹 내 지배구조의 열쇠로 작용하거나 총수의 측근이 사장을 맡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롯데정보통신은 롯데 순환출자 고리 중 하나이며, SK C&C와 LG CNS, 한화 S&C 등은 해당 재벌 지배구조의 축이다. 또 최태원 SK 회장의 비서실장이었던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2015년 SK C&C 대표를 지냈고, 효성은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대표였던 A씨가 총수일가의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IT 회사는 적은 자본으로도 설립할 수 있고 시스템 관리를 명분으로 계열사와 거래하면서 안정적인 이윤 창출도 가능하다"며 "지분 확보를 통해 그룹 지주사로 두거나 총수 일가가 다른 계열사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자금줄로 사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고, 편법상속의 수단으로도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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