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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연

지방

2017-07-06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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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 중 47명. 소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방 거주 청년들의 목소리는 좀체 들리지 않는다. 지방 청년 문제는 그들이 스스로 말하기보다 서울 사람들에 의해 서울의 관점으로 ‘말해져’왔다. 이 관점에서 지방 청년 문제란 지방의 (열악한) 환경을 뚫고 (선진화된) 서울의 대학 혹은 일자리로 진출할 때 겪는 차별 정도로 축소된다. 지방에서 현재 살고 있고 살아가기 위한 청년의 고민이 아니라 지방에서 ‘벗어나기’ 위한 청년의 고민인 것이다.


‘성찰적 겸연쩍음’에 대해 최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지방대 학생은 공부를 통해 인정받아본 경험이 거의 없다. 특히 지방대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이들을 위축시킨다.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해도 되지 않은 쓰라린 경험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권리 인정 형식을 통해 자기존중의 길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 해도 안 되는 걸 시도하는 것은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희망 고문하는 뻔뻔한 일이다. 다시 말해 진정성이 없고 위선된 것이다. 그렇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는 자신이 겸연쩍기는 하다.”


손석희는 이 기사를 봤을까. 나와는 달리 부지런한 그이기에 모니터링을 했을거라 생각한다. 오늘 앵커브리핑을 보면서 지방 문제를 보편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는 한계가 문제 해결을 막는다는 이 기사가 떠오른 이유다. 사회적 의제조차 되지 못한 채 개인의 문제로 방치돼 있는 문제 중 하나. 이 기사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서울에 못 미치는 소득으로 서울과 비슷한 수준의 소비를 해야 하는 지방 청년의 현실을 지적한 부분이었다. 잠깐이지만 지방에 살아본 나조차도 물가는 지방이 더 싸지 않나, 라는 생각이 무의식에 있었던 것 같은데, 떠올려보면 그렇지 않다. 기사가 디테일하게 참 잘 짚었다고 생각하는데 1년씩 끊어야 하는 월세가 대표적이다. 모순 그 자체인데, 선택권이 없어 비싼 값에 퀄리티 컨트롤;;을 제대로 안하는 학교앞 식당과 프랜차이즈 식당과 카페를 이용하게 되는 부분까지. 그들에게 '김밥천국에 가라'고 말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들도 답답한 도서관을 벗어나 스타벅스에서 공부할 권리가 있고, 한달에 한번씩 패밀리레스토랑에 갈 수도 있다. 씀씀이를 줄이라는 말은 소비 만능 사회에서 엄연한 차별이다. 그들도 서울 사는 우리들과 동등한 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다. 그에 비해 턱없이 낮은 지방 임금이 문제인 거지 그들의 씀씀이가 본질이 아니다.


지방 대학생들을 연구했다는 교수 얘기는 더 놀랍다. 현실에 안주하는 선택지밖에 없는, 그런 선택을 강요당하는 아이들의 현실이 왜 문제인가는 자신을 타자화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 레비나스가 타자와 대면하라고 했던 얘기가 떠오르는데, 이게 내가 갖고 있는 통념을 깨는 경험에서 출발한다는 게 교수의 지적이다.


석희찡 말대로 '잔인한 단어'가 분명한, 그런 단어가 당연하게 쓰이지 않았으면. 그러려면 근본적으로 서울 집중을 깨야 한다는 게 급작스러운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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