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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향

4차 산업혁명은 허구다

2017-07-11 17:55

조회수 : 1,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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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채택한 후 <로봇의 부상>,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등의 책이 쏟아졌습니다. 인공지능,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들이 발전하면서 결국 로봇이 인간을 뛰어넘고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예언이 담겨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4차 산업혁명이 허구라는 의견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로버트 J 고든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가 쓴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가 대표적입니다. AI와 공장 자동화는 20여 년 전 이미 시작됐지만 생산성이 극적으로 향상된 증거도 없고 빅데이터기술도 모든 기업들이 활용하게 되면 경쟁력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란 근거는 또 있습니다. 정보기술 혁명인 3차 산업혁명이 인간생활의 전 영역으로 확산되지 않은 이유는 음식, 의복, 주택 등 현대적 생활수준을 결정하는 기본적 차원에서 이룰 것이 다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말이 자동차로 바뀌고, 세탁기나 냉장고가 등장했을 때만큼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다만 사람과 닮은 로봇,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달은 눈여겨볼만 합니다. 사람과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하는 등 상호작용이 가능한 로봇이 등장하면 사람과의 관계에서 피하기 어려운 정서적 부담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에 소구력이 높을 것으로 예상 됩니다. 1인사회, 고령화사회, 개인주의가 심해질수록 감성형 로봇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로봇과 기계와의 관계에 빠져드는 사람들의 태도와 심리를 연구해온 매사추세츠공대의 사회심리학자 셰리터클은 우리가 인터넷이나 로봇을 통해 기계와 형성하는 유대감은 서로를 결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불편해지는 일을 로봇에 떠넘길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람, 동물, 그리고 기계에 이르기까지 감정적 소통을 욕망하는 인간의 본성이 반려로봇을 언제쯤 만들어낼지는 모르겠지만 이 로봇의 등장으로 인간 고유의 공감과 소통능력이 훼손되는 건 아닐지 우려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2015, 로봇 인류학자 캐스린 리처드슨 박사는 당장 실용화 가능성이 높은 섹스로봇을 금지하자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소수의 창업자에게만 수혜가 돌아갈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경고가 담긴 도서보다는 인간에게 영향을 미칠 기술에 대해 분명한 관점을 갖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식인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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