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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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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도토리 키재기식 '1위 경쟁'은 이제 그만!

2017-07-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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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국내 '리딩뱅크' 지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시가총액과 실적 성적표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1월 개별 주가에서 신한지주를 5년 만에 추월한 데 이어 지난 달엔 시총에서도 7년 만에 역전에 성공했다.
 
그동안 축하 분위기를 자중해온 KB 내부에서도 고무적인 분위기다. 신한에서도 경쟁 구도를 인정하면서도 씁쓸한 표정을 달래려는 분위기가 읽힌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리딩뱅크 경쟁을 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신한 사태', 'KB 사태'라는 경영진 내분을 겪은 이후 움츠려 있던 조직에 생기가 도는 것 같다. 이들 은행들은 작년 기업 구조조정 여파에도 불구하고 깜짝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올 상반기 실적도 전망이 밝다.
 
그러나 금융권 1, 2위를 다투는 이들의 경쟁 시장은 국내에 머물러 있다. 수익 구조가 상당 부분 가계빚에 의존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증가에 따라 이자이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이 같은 이자이익이 은행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둘다 80%가 넘는다.
 
국내 시장에 먹거리가 없다고 울상을 하지만, 결국 '이자 장사'로 돈을 긁어 모은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은행권 CEO들이 매년 글로벌 시장 개척을 강조하지만, 진출 실적은 초라하다. 신한이 그나마 글로벌 수익 비중이 10%고, KB는 5% 내외에서 주춤하고 있다.
 
역으로 말하자면 글로벌 시장이야말로 리딩뱅크 입지를 판가름할 최대 격전지가 될 수 있다. 신한으로서는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1위를 수성하기 위한 최후의 무기가, 1위를 탈환하려는 KB에게는 마지막 고지가되는 셈이다.
 
물론, 단기성과가 급한 은행장들로서는 해외점포의 적자 리스크를 감내하기 힘들 것이다. KB의 경우 지난 2008년 카자흐스탄 은행 투자 실패로 트라우마가 남아 있다. 신한으로서는 동남아시아로 뛰어드는 경쟁사들과의 차별화가 고민일 것이다. 
 
그나마 최근 경영진에 내부 출신이 선임되는 기조가 안착되고, 경영의 연속성이 담보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내 임기내에 다 해야한다는 조바심을 버리고, '후배'가 결실을 볼 것이라는 마음으로 해외에 나가야 할 것이다. 집안에서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싸우지 말고, 큰 물에서 경쟁하기를 바란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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