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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김상조 “대통령 용인 없었다면 삼성 이재용 승계 어려웠을 것”

"경영권 승계 끝났다지만 삼성 구조 지금도 불안"

2017-07-1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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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삼성그룹 승계에 대한 대통령의 우호적인 신호는 이를 결정하는 정부 관료 의사결정에 척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과 삼성 임원 5명의 뇌물공여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위원장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대통령이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부의 세습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하고 삼성 승계 작업도 법에 따라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해도 편법적인 방법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되는 게 맞느냐"고 묻자 "국정 최고 책임자가 적법성을 강조했다면 공무원들이 업무 수행할 때 매우 중요한 지침으로 생각하고 매우 신중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반면, 다른(기업에 유리한) 방향을 지시했다면 공무원의 재량적 판단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특검이 "대통령이 삼성 승계에 대해 우호적인 신호를 보내면 관리 당국 등이 삼성에 유리한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는 취지인가"라고 확인하자 "그렇다.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법령으로 기준을 가르기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 담당자들에게 매우 큰 재량적 판단이 고려될 수밖에 없다"며 "국정최고책임자가 어떤 메시지를 주느냐에 따라 금융감독 기구 관료들이 기업에 엄정한 방향으로 정책을 펼 수도 있고 또는 기업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 측이 뇌물공여 혐의 방어 논리로 주장하고 있는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작업은 삼성물산 합병 이전에 이미 완성됐다'는 주장에 대해 "일부 언론과 일반인의 잘못된 인식이다. 지금도 삼성의 출자구조는 매우 불안정하며 국내외 규율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취약한 구조"라며 "삼성 입장에서도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해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생명의 지주회사 전환이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는 삼성 주장에 대해서도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생명 지주회사 전환의 경우 해당 회사 이사회에서 이를 결정할 권한이 없고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미래전략실에 의해 결정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또  "삼성전자는 놀라운 성과를 거둔 기업임이 틀림없다. 미래전략실이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삼성의 독특한 문화는 과거 성공을 가져왔지만, 지금은 아니다. 경영환경이 너무 변했다. 현재는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부회장 경영권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가신들이 많은 정보를 왜곡하고 이 부회장에게 올바른 판단의 기회를 제공하지 못해 이런 결과를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공직자로서 재판 증인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 많은 심적 부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 재판이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한국 경제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공직자인 부담에도 우리 사회 시민 한 사람으로 의무 이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나왔다"며 "다만 오늘 증인 출석이 공정위원장으로서 직무 수행이 아니기에 연가 휴가를 내고 개인 자격으로 왔다. 관용차도 안 가지고 개인 차를 운전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장관급인 김 위원장이 재판에 증인으로 나옴에 따라 특검팀에서도 박영수 특검이 직접 법정에 출석해 검사석에 자리했다. 박 특검은 지난 4월7일 이 부회장에 대한 첫 공판 이후 석 달 만에 법정에 나왔다.
 
김상조(왼쪽) 공정거래위원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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