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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현장에서) "가입자 빼 가는데 넋 놓고 못 있죠"

2017-07-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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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불법 보조금으로 진흙탕 싸움을 한다고 비판받는 것도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입자를 빼가는 게 뻔히 보이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요"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규정하고 있는 최대 지원금 33만원을 지키고 싶지만 가입자 지키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경쟁구조에 대한 하소연이다. 각종 할인 혜택이나 사은품 경쟁도 마찬가지다. 갤럭시S8이나 아이패드프로 등 인기 제품이 출시되면 이통사들은 신용카드와 연계한 할인 혜택이나 각종 사은품을 선보인다. 인기가 많은 사은품이 예고되면 해당 제품은 금세 품절된다. 이통사들이 어떤 혜택이나 사은품이 소비자들에게 더 유용할지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자사의 가입자는 지키면서 경쟁사의 가입자는 유치해야 한다. 해외 매출은 거의 없고 국내 매출이 대부분인 이통사들이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통사들은 골치가 아프지만 소비자들은 즐겁다. 이통3사가 앞 다퉈 내놓는 혜택을 꼼꼼히 비교하며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곳을 선택할 수 있다.
 
정부가 국민들의 통신비를 깎아주겠다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내놓은 100대 국정과제에는 ▲선택약정할인율 20%→25%로 상향 ▲기초연금수급자 월 1만1000원 요금 감면 ▲지원금 상한제 조기폐지 등이 담겼다. 이통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당장 이통3사의 매출 수조원이 없어진다는 예상이 나온다.
 
정부의 규제를 받고 있는 이통사들은 정부와 지나치게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부담스럽다. 결국 매출 감소를 감안하면서 정부의 방안을 받아들인다면 소비자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통사 관계자는 "매출이 감소하면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단말기 지원금이나 각종 할인, 멤버십 혜택 등을 줄여서라도 매출 감소분을 메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규제로 이통사들이 움츠러들면 시장에서 경쟁은 실종된다. 소비자 선택의 폭도 줄어든다. 2G폰 시절이 그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011·016·017·018·019 등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았기 때문이다. 자사 고객이 경쟁사로 떠나간다는데 가만히 두고 볼 이통사는 없다. 정부가 보다 활발한 시장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당장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통신비 경감을 목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알뜰폰이 있다. 알뜰폰 업체들은 도매대가를 더 낮춰주면 보다 저렴하고 다양한 요금제를 선보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제4이통사는 중장기 과제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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